노무현 대통령의 13일 신년 기자회견은 뜨거운 취재열기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짧고 차분하게 진행됐다.
270여명의 내외신 기자들이 참가한 가운데 진행된 이날 회견시간은 15분간의 모두연설과 기자 9명과의 일문일답을 포함해 총 1시간18분으로 평상시 노 대통령의 회견이나 연설에 비하면 비교적 짧았고 분위기도 차분한 편이었다. 집권 3년차를 맞으면서 국정운영에 대해 한층 자신감과 여유를 찾는 모습이 역력했다.
회견장에는 청와대 김우식 비서실장, 김병준 정책실장 등 고위 참모진이 참석했으나 지난해와는 달리 이해찬 국무총리를 비롯한 부총리급 각료들은 보이지 않았다.
물론 노 대통령이 답변과정에서 목소리를 높인 대목도 있었다. 지난 연말 경제ㆍ민생법안과 예산안이 보안법과 연계돼 늑장 처리된 것에 대해 ‘(야당의) 발목잡기’라고 비판할 때는 다소 상기된 표정을 짓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일왕(日王) 방한문제에 대해 “일본에서는 천황이라 부르나 그게 세계에서 보편적으로 불리는 이름인지 확인하지 못해 제가 일본왕이라고 써야 할지, 천황이라고 써야 할지 미처 준비하지 못했다”고 전제한 뒤 ‘천황’ 표현을 쓰는 등 용어선택에 신중한 태도를 취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일단 일왕의 방한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 추후 진행과정에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문은 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0일 수석ㆍ보좌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신년 기자회견은 ‘경제 살리기’에 초점을 맞춰 국민에게 용기와 희망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준비를 지시한 뒤 네차례의 독회(讀會) 등 25일간의 ‘숙성과정’을 거쳐 완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노 대통령은 지난 3일 수석ㆍ보좌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북핵 문제는 어느 정도 방향이 잡힌 만큼 경제와 관련된 국정방향을 제시하는 게 좋겠다”고 강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