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보다 인수가 높고 통합시너지 효과커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19일 하나은행을 서울은행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최종 선정함에 따라 한동안 교착상태에 빠졌던 부실금융기관 매각작업이 활기를 띌 전망이다. 이와 함께 하나ㆍ서울의 합병은 금융권의 `빅뱅`을 불러일으켜 자율적인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은 아직 높다. 하나은행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이 곧 매각을 위한 본계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서울은행 매각주체인 예금보험공사는 앞으로 하나은행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해야 하고 본계약 협상에 착수해 세부적인 매각조건을 협의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법인세 감면 등 하나은행에 주어지는 세제혜택과 면책에 따른 `헐값 매각`시비가 비등하고 서울은행 노조의 반발이 거세질 경우 매각작업은 전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왜 하나은행을 선택했나=공자위가 서울은행 인수 우선협상자로 하나은행을 택한 이유는 크게 2가지다. 우선 하나은행이 제안한 인수가격이 론스타 펀드보다 높았다는 점이다. 재정경제부 변양호 금융정책국장은 “하나은행이 1년6개월동안 주가하락에 관계없이 1조~1조1,000억원을 최저회수가액으로 보장했기 때문에 공적자금 회수극대화 취지에도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이유는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이다. 공자위는 하나와 서울의 합병은 통합시너지 효과가 기대될 뿐만 아니라 은행수가 너무 많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국내 은행산업의 자율적인 구조조정을 자극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와 함께 론스타펀드의 손을 들어줄 경우 목적(공적자금회수 극대화)만을 위해 불공정한 게임(추가 제안)을 묵인했다는 비난이 쏟아질 것에 대한 부담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9월말 MOU 체결 목표=예금보험공사는 이날 서울은행 우선협상대상자로 하나은행이 론스타는 차순위 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는 공자위 회의결과를 두 회사에 각각 전달했다. 이어 예보는 하나은행과 최대한 이른 시일안에 본계약이 체결될 수 있도록 세부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과거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뒤 본계약까지 기간 등을 감안할 때 다음달 말까지는 MOU를 체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보는 협상과정에서 하나은행과 합병시 법인세 감면효과가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모든 인수조건이 최대한 유리하도록 이끌어내겠다는 복안이다. 실제로 예보는 작년말 신한지주회사와 제주은행 인수협상시 계약기간을 5개월가량 끌면서 회계법인 실사결과 제시한 주당 매각가격 3,070원보다 1,000원가량 높은 4,023원에 매각한 전례가 있다.
특히 정부는 하나은행과 일정기간내 본계약을 맺지 못할 경우 론스타펀드와 협상을 추진하겠다는 배수진을 치고 있어 하나은행과의 협상에서 우위에 있는 상황이다.
◇걸림돌은 없나
하나은행이 서울은행 인수작업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서울은행 노조 반발을 어떻게 무마하느냐다. 서울은행 노조는 이날 중앙노동위원회에 파업쟁의 신고를 마친 상황이다. 지난주 서울은행 3,200명의 조합원이 실시한 총파업 찬반투표에는 99.1%가 총파업에 찬성한 바 있다. 노조측은 총파업 시점을 본계약 체결일로 잡고 있다.
이밖에 앞으로 하나은행 주가가 하락할 경우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와 합병에 따른 비용부담도 숙제다. 작년말 현재 하나은행의 5% 이상 대주주와 전략적투자가들의 보유지분은 30%대에 이르고 있다.
이에 따라 합병에 따른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 이뤄질 수 있는 최대규모는 70%에 달한다. 하나은행의 발행주식수(1억3,635만주)를 감안할 때 이 중 10%의 주식매수청구가 들어올 경우 하나은행은 2,000억원을 웃도는 자금이 필요하다.
또 그동안 전산 등 IT부문에 대한 투자가 적었던 서울은행을 하나은행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상당한 규모의 비용이 들 것으로 보인다. 금융계는 하나은행이 이 같은 비용을 투입할 경우 합병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을 금융감독원의 권고수준(10%) 아래로 내려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박동석, 김민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