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중 통화스와프 자금을 무역결제용으로 활용하는 문제를 놓고 중국 당국과 실무협의를 시작했다"고 밝히면서 원화의 국제화가 실현 가능한지를 놓고 다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권영선 노무라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전무)는 이에 대해 "원화 국제화는 아주 중요한 문제"라면서 "수출중심의 경제성장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는 원화의 국제화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다.
무엇보다도 원화 국제화는 우리가 원해야 하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원화를 인정해줘야 가능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권 전무는 "박 장관이 경상거래에서 원화결제 비중을 높이려고 하고 있는데 원화 국제화라는 게 수출입 결제만 늘린다고 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자본거래에서도 원화가 활용돼야 하는데 이는 자본시장의 완전개방이 병행돼야 가능하다는 얘기다.
문제는 우리가 수출주도의 경제구조라는 점이다.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은 수출인데 원화 국제화는 100% 자본의 자유화를 전제로 진행되기 때문에 득보다는 실이 클 수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권 전무는 "우리나라는 수출비중이 57%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자본시장을 개방하면 비용과 이익이 함께 발생하는데 비용의 경우 수출경쟁력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의 경우에도 글로벌 경기가 어려울수록 엔은 강세인데 일본 통화당국이 엔화 강세에 대해 할 수 있는 게 한계가 뚜렷하다"면서 "수출주도형의 경제구조에서 원화 국제화는 자칫하다가는 원화강세를 초래해 수출경쟁력을 낮출 수 있는 위험이 높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8년의 경험을 예로 들기도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자 한국의 원ㆍ달러 환율은 1,400원대 안팎까지 형성됐고 경쟁력을 갖게 된 국내 제품의 수출증가로 이어지면서 전세계에서 가장 빠른 위기극복의 사례가 됐다. 권 전무는 "원화 국제화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외환보유액을 늘리는데 이는 어쩌면 보험"이라고 말했다.
외환위기 발생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우리는 낮은 수익률의 미국 국채 등을 매입한다. 반면 외국인이 높은 수익률의 원화국채 등을 사는데 둘을 비교하면 국가 전체적으로 역마진이다. 하지만 위기상황에서는 원화가 약세가 돼 수출증가라는 보험금을 타는 구조라는 얘기다. 권 전무는 "원화 국제화를 하지는 않는 게 꼭 나쁜 것은 아니라는 것도 이런 맥락"이라고 덧붙였다.
원화 국제화가 우리가 원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권 전무는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크게 개선된 것은 맞다"면서 "하지만 북한이라는 지정학적 위험이 높고 자국의 화폐를 국제화하려는 일본ㆍ중국의 사이에 끼여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웬만큼 국제화돼 있는 엔화ㆍ국제화의 속도를 높이고 있는 위안화 사이에서 원화마저 국제화될 경우 한국은 자칫하다가는 두 나라 사이에서 종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좁은 내수시장도 원화 국제화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원화강세로 수출이 줄면 내수라도 뒷받침돼야 하는데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는 얘기다. 권 전무는 "통상 인구가 1억명은 돼야 내수가 뒷받침할 수 있다. 아시아에서는 인구 1억명을 넘는 곳이 일본 이외 중국ㆍ인도ㆍ인도네시아 등 4개국인데 이들의 수출비중은 50%를 훨씬 밑돌고 있다"고 말했다. 권 전무는 "한국의 경우 내수중심의 성장을 하고 싶어도 한계가 명확하다. 구조적으로 안 되는 게 현실"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