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중심으로의 개편은 원론적으로 옳은 방향이다. 이를 알면서도 그동안 소득과 재산 등으로 부과체계를 다원화한 것은 기본적으로 소득파악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에 따른 민원들도 무수히 제기돼왔다. 직장에서 은퇴하고 소득이 끊겼는데 조그만 아파트 하나 있다고 해서 지역건보료는 더 많이 내야 하느냐는 식의 불만이다. 이런 종류의 건강보험료 관련 민원이 연간 6,300만건을 넘는다. 폭발 직전이다.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를 소득으로 단일화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소득파악이 대전제다. 직장 근로소득자들이 유리지갑인 것과 대조적으로 현재 약 400만세대가 소득파악이 안 되는 무자료 상태다. 전체 세대 수의 20%에 달한다. 그중에서도 파악하기 어려운 대상은 자영사업자와 임시∙ 일용직 근로자다. 물론 이들의 소득정보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국세청의 근로장려세제(EITC) 자료가 있다. 저소득 근로자가 열심히 일을 하면 이에 비례해 국가에서 보조금을 주는 제도다. 이를 통해 임시∙ 일용직 근로자 상당수의 소득이 파악되고 이들을 고용한 자영사업자에 대한 소득정보도 간접적으로 추적 가능하다. 이런 소득자료와 건강보험료 부과 시스템을 연결시키면 소득파악이 안 되는 상당수 공백이 메워질 수 있다. 이 밖에도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될 과제들이 많다. 가령 재산은 상당히 많은데 현재 소득이 없는 경우까지 건강보험료를 면제하는 게 합당한지 반론이 나올 수 있다. 정교한 보완책이 필요하다.
부족한 건강보험 재원을 부가세 인상 등 세금으로 충당하려는 것은 안이한 발상이다. 건강보험과 부가세는 논리적으로도 연결이 안 된다. 부가세 인상은 통일재원과 같은 국가 전체적 차원에서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이뤄져야 한다. 부가세로 건보 재정을 지원하는 것을 국민들이 얼마나 납득할지 의문이다. 부과체계의 효율과 지출구조 합리화 등 건강보험의 자기혁신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