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美 벌처펀드 기업사냥 재개

경기침체로 부실기업 크게 늘자 본격참여거품꺼진 IT산업등에 집중투자 수익기대 미국의 경기 침체로 부실기업이 늘어나자 벌처 펀드들이 긴 겨울잠에 깨어나 기업사냥에 나서고 있다. 비즈니스위크 최근호는 미국기업들의 부실채권 규모가 사상 최대폭인 5,900억달러에 이르자 기존에 투자은행, 헤지펀드, 개인투자회사 등이 중심이 되었던 부실기업 인수전에 벌처펀드들이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90년대 초반에는 벌처펀드들이 노리던 매물이 부동산 중심이었으나 최근 정보기술(IT)산업의 거품이 꺼지자 이들 기업을 집중적으로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지난 8월 베이 하버 매니지먼트는 파산위기에 있던 넥스트웨이브텔레콤에 7억달러를 투자, 넥스트를 회생시켰다. 베이 하버 매니저먼트의 더글라스 타이텔범 사장은 " 넥스트가 지금 당장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변신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닷컴 기업 전성기에 거의 활동을 중단했던 워렌 버펏도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버핏은 이미 부실채권으로 곤경을 겪고 있는 금융사 피노버 그룹과 콘세코보험의 부채를 사들이고 추가로 부실기업을 저가에 사들일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JP 모건체이스에서 기업구조조정업무를 전담하고 있는 윌리엄 C.레코는 "미국의 파산법 자체가 파산기업을 죽이기 보다는 회생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고 있다"며 "적절한 시기에 필요자금을 수혈받으면 훌륭한 기업으로 되살아날 수 있다"고 밝혔다. 부실기업에 벌처펀드들이 뛰어들어 경영을 정상화시켜 놓으면 투자금액의 수십배를 건질 수 도 있다는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대 규모의 벌처펀드인 오크트리 캐피털 매니저먼트의 하워드 마크스 회장은 "수년동안 부실채권 시장의 르네상스가 올 것이고 예상해 왔는데 이제 때가 온 것이다"고 말했다. 벌처펀드들은 막상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지만 구미에 맞은 회사를 찾아내고도 실제 투자를 하는데에 많은 뜸을 들이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현재 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는 부실채권 규모는 3,600억달러를 넘고 있지만 벌처 펀드가 사 줄 수 있는 채권은 450억달러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다. 널려 있는 상품에 비해 원매자가 적은 만큼 가격이 더 싸질 때까지 기다린다는 것. 이는 위기에 처한 기업의 입장에서는 운신의 폭이 좁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의 은행차입 의존도가 높아진 점은 벌처펀드들을 신중하게 만들고 있다. 10년전만 하더라고 대출과 선순위 보증채를 합해 은행 의존도는 평균 5.2%였으나 최근엔 71%까지 높아져 채권인수만으로 경영권 확보를 하기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고속인터넷 서비스사인 노스포인트 커뮤니케이션의 채권을 인수했던 투자자들은 거대전화회사인 베리존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채권값 폭락으로 대규모 손실을 입었다. 전문가들은 "벌처펀드들이 투자활동을 재개했으나 미국 경기침체의 깊이나 기간을 판단하기 어려워 당분간 공격적인 투자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벌처펀드 썩은 고기를 먹고 사는 독수리에 비유한 용어로 부실기업을 싸게 사들여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 가치를 올린 뒤 되파는 펀드를 말한다. 한운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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