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지주사, 인수전 참여 힘들어져… 금융시장 재편 시계제로

정무위 '메가뱅크 저지법안' 전체회의 상정<br>쓴 잔 마신 강만수 산은회장 새로운 반전카드 내놓을듯<br>'산은+외환' 그림 나올수도<br>KB, 우리금융 분리매각 땐 인수전 뛰어들 가능성 높아



금융 재편의 휴지기인가, 새로운 빅뱅의 신호인가. 산은금융지주가 우리금융지주 인수전에서 배제되면서 금융시장 재편이 미궁에 빠졌다. 금융당국이 그린 시장 재편의 밑그림이 여론과 정치권의 반대를 극복하지 못하고 잇달아 좌초되고 있는 탓이다. 특히 우리금융 민영화를 위해 정부가 최후의 보루처럼 추진했던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 개정 작업마저 사실상 무위로 돌아가면서 금융 빅뱅은 전혀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서게 됐다. ◇무산된 우리+산은…그림 없어지나=당국과 업계의 상황을 보면 금융 재편은 사실상 시계 제로의 상황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다. 당장 우리금융 민영화는 당분간 실행화하기 힘들어졌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이날도 우리금융 입찰 과정에서 유효 경쟁을 자신했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당장 당국이 인수후보로 가장 욕심을 내고 있는 KB금융은 산은지주가 입찰에서 탈락했음에도 종전의 소극적 입장에서 달라지지 않고 있다.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14일 임원들이 참여하는 월례 조찬간담회에서 "우리금융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현실적인 여건도 대형 지주회사들이 당장 뛰어들기 힘든 상황으로 바뀌었다. 이른바 '조영택 법안', 즉 금융지주회사들이 다른 금융지주회사를 인수할 때 지분의 95% 이상을 인수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대해 정치권은 이를 시행령이 아닌 법으로 하도록 못박을 계획이다. 이 경우 자금여력 등을 감안할 때 KB 등이 인수전에 뛰어들기는 쉽지 않다. 일각에서 현 정권에서는 금융 빅뱅의 그림이 아예 사라졌다는 비관적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금융 빅뱅 새 그림 나올 수 있을까=그렇다면 당국이 구상하는 금융 빅뱅의 그림은 완전히 무산된 것일까. 시장 관계자들은 속단하면 안 된다고 말한다. 당장 우리금융 입찰에서 쓴잔을 마신 강만수 산은지주 회장은 금세 새로운 시나리오를 들고 나왔다.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는 않았지만 강 회장은 전문가들의 시각을 빌려 기업은행 등과의 합병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물론 이것이 현실화하기는 쉽지 않다. 정권 말에서의 금융 빅뱅이 얼마나 힘든지를 강 회장 스스로가 누구보다 잘 안다. 그렇다고 강 회장이 이대로 물러설 것이라고 속단하는 것조차 어리석을 수 있다. '노회한 관료'인 강 회장은 반전 카드를 갖고 새로운 그림을 구상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에 실패할 경우 곧바로 뛰어들 것이 확실시된다. 금융당국의 한 고위관계자는 "강 회장이 자신의 재임기간에 산은 민영화의 밀알이라도 만들고 싶어한다"고 전했다. 어떤 형태로든 빅뱅의 새로운 그림이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KB 등도 다른 빅뱅 준비=KB 등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부인하고 있지만 언제든지 빅뱅 대열에 들어설 준비를 하고 있다. 무엇보다 변수가 우리금융의 분리매각 가능성이다. KB금융지주의 한 고위관계자는 "우리투자증권 인수는 비은행 부문을 강화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며 "분리매각이 된다면 우리투자증권은 프리미엄을 얹어서라도 사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당국은 그 가능성을 차단한다. 민영화의 원칙을 다시 한번 바꿀 경우 비난이 거세질 수밖에 없는 탓이다. 하지만 금융시장은 정치 이상으로 생물적 성격을 지닌다. 김 위원장 역시 자신의 재임기간에 뭔가 하나는 하고 싶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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