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구 상도2동 159번지 일대 재개발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세입자 철거민 20여명과 철거 용역업체간 `전쟁`이 1년이 넘도록 해결점을 찾지 못한 채 계속되고 있다. 세입 철거민과 철거업체의 극한 대립에다 지역 주민과 경찰의 미묘한 입장까지 가세해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다.발단 철거민들이 2층 가옥 위에 `골리앗`이라고 불리는 15m 높이의 망루를 만든 것은 지난해 여름. 2001년 7월 양녕대군 문중 소유였던 이 지역 2만4,000여평의 부지가 6개 업체 컨소시엄인 N사에 매각되자 하청개발업체는 지난해 6월 아파트 재개발을 위한 철거작업을 시작했다.
가옥주들과 달리 보상이 어려운 세입자들은 지난해 4월 `상도2동 철거대책위원회`를 조직, 영구 임대주택과 가(假) 수용시설 마련을 요구하며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 그러나 N사측은 “그들이 철거보상금 지급 제의를 거부한데다, 민영 개발업체로서 더 이상의 보상은 어렵다”며 철탑 강제 철거에 나섰다.
예고된 충돌 지난달 28일 강제 철거용 컨테이너가 추락, 철거용역업체 직원 10여명이 크게 친 대형 충돌사고는 1년 전부터 예고된 것이었다. 주민 강모(54)씨는 “용역업체가 지난 해부터 수차례 망루 철거를 시도하면서 망루내 세입 철거민들과 크고 작은 충돌을 빚었다”고 전했다.
세입 철거민들은 새총처럼 생긴 발사체를 이용, 골프공을 투척하며 외부인의 접근을 차단했다. 그동안 비교적 중립적 입장을 취하던 경찰이 철거민의 화염병 투척 등 불법행위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면서 사태는 악화했다.
경찰은 철거민들이 사제총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한 국과수 감식결과가 나오자 망루 압수수색과 세입자 15명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했다. 또 시행사측은 망루에 대해 단전 조치를 취했다.
“죽기는 마찬가지”철거민들은 “끝까지 싸우겠다”는 입장이다. 김영재 대책위 위원장은 “고작 수백만원의 보증금과 이주비로 어딜 가느냐”며 “싸우나 쫓겨나나 죽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망루에는 15명의 세입자와 4살 이하 어린이 3명, 70~80세 노인 3명이 함께 기거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젖먹이에게 줄 분유가 떨어졌지만 경찰과 용역업체 직원들이 전기는 물론 생필품 공급까지 차단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철거민들과는 별도로 아직 철거현장을 떠나지 않고 있는 30여 가구의 가옥주들은 망루 세입자와 개발업체를 모두 비난하고 있다. 시공사와 철거계약을 미루고 있는 가옥주 김모(53ㆍ여)씨는 “아파트를 요구할 권리가 없는 세입자들도 문제지만 철거 계약도 마무리짓지 않은 채 강제 철거에 나선 업체도 잘못이 많다”고 꼬집었다.
경찰도 영장 강제집행을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서울 노량진경찰서 관계자는 “망루 진압 과정에서 어린이와 노인이 다치면 책임은 고스란히 우리 몫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준택 기자 nagn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