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비자금 파문을 계기로 정몽구 회장 부자의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이 증폭되는 가운데 검찰 수사가 이 부분을 건드릴지, 또 건드린다면 어느 정도까지 파헤칠지 주목되고 있다.
검찰은 28일 이번 수사는 김재록씨의 정관계 로비 의혹이 본류라며 현대차그룹 전체로 번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재차 못박았다.
하지만 검찰이 압수한 현대차 및 글로비스 회계ㆍ재무 관련 자료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정 회장이 비자금 기획에 관여했거나 정의선 기아차 사장에 대한 불법 경영권 대물림과 관련한 단서 등을 확보할 경우 수사의 방향이 조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검찰 안팎에서는 삼성이 지주회사 격인 에버랜드 전환사채(CB)의 헐값매각을 통해 편법 경영권 승계를 시도한 반면 현대차는 글로비스 등 비상장 기업을 신설하고 이후 기업가치를 높이는 방식을 택했기 때문에 검찰의 수사 접근방법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검찰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날 “삼성은 2세로의 CB 매각이 적정 가격으로 이뤄졌느냐가 쟁점인 반면 현대차는 글로비스와 주요 계열사의 거래가 공정거래였는지, 2세의 글로비스 지분매각과 이후 주요 계열사 지분취득이 그룹 지배권을 확보하기 위한 과정이었는지 여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도 삼성처럼 2세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기 위해 오너와 주요 계열사 임원이 회사에 의도적으로 손해를 끼쳤다면 형법 및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사법처리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현대차는 삼성보다 배임의 의도를 규명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현대차 주요 계열사들이 글로비스 등 재벌 2세 소유 회사에 시장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거래물량을 몰아줘 공정거래법상 위법인지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설사 공정거래법상 위법행위가 확인되더라도 이 부분이 형법이나 특경가법상 배임으로 직결되지는 않는다. 배임 혐의는 불공정거래를 넘어 회사에 손해를 끼칠 의도가 규명돼야 하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가 “현대차에 대한 경영권 승계 수사가 시작된다면 삼성보다 한참 힘든 수사가 될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결국 검찰이 글로비스를 핵심으로 한 현대차 비자금 규모와 용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현대차 불법 경영권 승계 수사를 시작할 개연성은 충분하지만 혐의 입증을 위해 만만치 않은 법리적 걸림돌을 넘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