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예비타당성 무시하는 국회, 깎아야 할 예산 되레 늘려

지역균형개발 이유로


국회가 예산 편성의 전제 조건인 예비타당성 기준을 무시한 채 예산을 증액한 것으로 15일 나타났다. 정부는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 효과가 낮으면 예산을 깎아야 하지만 국회 예산결산특위에서 해당 지역을 대표한 국회의원이 예산을 증액한 것이다. 서울경제신문이 지난 2일부터 6일간 실시한 국회 예결특위 계수조정소위 감액심사 속기록을 들여다 본 결과 주로 각 지역을 대표해 나온 의원들은 지역균형개발을 이유로 삭감해야 할 예산을 늘렸다. 이상득 의원 주변지역이어서 '형님 예산' 논란을 불러온 사업 중 포항~영덕 고속도로 건설은 국가재정법에 따라 정부가 실시하는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경제적 타당성 분석(b/c) 결과 0.33이 나왔다. 예비타당성 결과가 1 이하이면 들이는 비용에 비해 실익이 낮다는 뜻이어서 사업진행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한나라당 의원들은 "영덕이 낙후 지역이라 지역 균형 발전 차원에서 실시해야 한다" "영덕~포항 고속국도라고 봐야 한다. (이상득 의원 지역구인) 포항은 덕 보는 게 없다"며 2조5,000억원을 그대로 통과시켰다. 포항~삼척 철도 건설(700억원 신규 반영)과 울산~포항 복선전철(520억원 신규 반영) 사업 역시 타당성이 미비한데도 밀어붙였다. 이들 사업은 "사업 타당성을 재조사하라"는 감사원 지적에 따라 당초 정부 예산안에선 한 푼도 편성되지 않았던 것인데 한나라당이 예산안을 단독처리하면서 전년(2010년) 예산과 똑같은 규모로 끼워넣었다. 계수조정소위 위원인 권성동 한나라당 의원은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감사원의 지적은 행정부에 귀속하지 국회에 귀속되지 않으므로 국회 증액 심사 과정에서 감사원 의견 참고 안하고 증액시킬 수 있다"고 반박했다. 예결특위 계수조정 소위 위원인 여상규 한나라당 의원은 두 번이나 예비타당성 조사를 했지만 타당성이 기준 이하로 나온 한려대표 건설(1조4,000억원)을 밀어붙였다. 그는 예산이 통과된 후 보도자료를 통해 "4대강 살리기 등을 제외한 대규모 건설공사에 예비타당성 조사를 생략한 사례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며 자화자찬했다. 여 의원은 "타당성 조사는 당연히 지역균형발전 기준을 갖고 해야 하는데 감사원은 그런 건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사업 자체의 경제성만 생각한다"면서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예비타당성 기준 이하라도 예산 편성이 지극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