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돈 많이 벌었지만 체질 허약… 위기 석달 지속땐 못 버텨

은행, 분기 이자이익 10조 사상 최대라지만… <br>단기 유동성 비율 낮아 바젤Ⅲ 기준 충족못해 <br>외환 스트레스테스트서도 상당수 은행 미달 <br>대부분 재무건전성 취약, 외부충격땐 치명적



이보다 더 화려할 수는 없다. 높은 예대마진으로 은행권은 올해 이자이익 40조원, 당기순이익 20조원 달성을 예상하고 있다. 사상 최고 기록이다. 이런 실적만을 놓고 볼 때 국내은행은 경제규모를 고려해 선진국의 대형은행과 견줘도 손색이 없다. 그럼에도 국내은행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불안하다. 금융당국은 물론이고 국민 사이에도 우리 은행의 체력은 그리 튼실해보이지 않는다. 아니 허약해보이기까지 한다. 이유는 여럿 있다. 은행원의 실력 등을 말하는 소프트웨어를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정작 큰 이유는 재무건전성에 있다. 낮은 단기유동성비율이나 여전히 외부의 강한 충격에 버틸 수 있는 충분한 외화유동성을 갖고 있지 못하는 점은 치명적이다. 금융감독당국의 한 관계자는 "바젤Ⅲ 규제를 앞둔 상황에서 국내은행은 대형은행(Group 1) 기준으로 단기유동성비율(LCR)의 현금유출(부채항목) 중 소매 및 중소기업 예금 비중과 신용ㆍ유동성 공급약정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면서 "많은 이자이익을 내도 여건이 바뀔 경우 이익이 쉽게 줄어들 수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자이익 증가, 대손충당 감소, 하이닉스 매각…사상 최대 이익 확실=상반기 은행들의 당기순이익(대손준비금 적립 후)은 9조9,000억원. 사상 최대 실적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기록은 하반기에 또 경신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자마진 증가로 이자이익이 늘어나는데다 은행들은 기존 대출금을 예금과 적금으로 갚도록 유도하고 일부는 대출금을 회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출금 회수는 부실연체자가 감소해 대손충당준비금도 그만큼 줄어든다. 실적이 더 좋아진다는 얘기다. 은행의 한 관계자는 "대손충당금이 줄어들면 비용이 안정화돼 은행들의 이익은 더 좋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다 상반기 현대건설처럼 하반기에는 하이닉스 매각 가능성이 높아 실적이 줄어들 여지는 없다. 상반기에는 7개 은행이 현대건설 매각으로 모두 3조2,000억원의 특별이익을 얻었다. ◇낮은 단기유동성비율…불안감 여전=사상 최고의 실적과 함께 건전성 측면에서도 국내은행은 외국은행에 비해 크게 뒤지지 않는다. 6월 말 현재 국내 18개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14.36%로 세계 대형은행들과 큰 차이가 없다. 자본금과 자본잉여금 등 핵심자본만 포함한 기본자본(Tier1)비율도 11.59%로 글로벌 우량은행에 근접해 있다. 하지만 여전히 2% 부족하다. 오는 2013년부터 단계적으로 도입되는 바젤Ⅲ 기준에는 모자라는 부분이 많다. 바젤Ⅲ는 ▦자본규제 강화 ▦레버리지비율 규제 도입 ▦유동성 규제기준 도입 등에 따라 고위험ㆍ고수익을 목표로 하는 영업 모델에 근본적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국내은행이 가장 시급히 준비할 부분은 유동성비율이다. 유동성이 급격히 나빠져도 30일 동안 버틸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인 LCR의 경우 국제기준은 최소 100%인 데 반해 국내 대형은행은 76%, 농협ㆍ부산ㆍ대구은행은 75%로 25~26%포인트 낮다. 중장기유동성비율(NSFR)도 대형은행이 93%로 국제기준 100%에 7%포인트 미달했다. 외화유동성 부문도 취약점 중 하나다. 은행들이 외화를 충분히 확보해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금융감독당국이 지난달 말 12개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마친 외환 스트레스테스트에서 상당수 은행이 테스트 기준에 미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최근 들어서는 국내은행의 외화차입 사정은 다소 빡빡해졌다고 당국자들은 전했다. 당국의 한 관계자는 "전세계적으로 불안감이 커지고 자금순환이 원활하지 못해 국내은행의 외화차입 가산금리도 지난 7월보다 0.2%포인트 정도 올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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