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가상표결 결과 예측불허, 외국인손에 결정될수도

가스公, 외국인·기관등 지분 28%… "여차하면 날벼락 맞을 가능성도" <br>갈등 심화땐 심각한 국론분열 우려


정부가 한국전력과 가스공사의 본사 지방이전에 필요한 지분조차 챙기지 못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이들 기업의 본사 이전을 놓고 주주총회에서 정부와 서울시ㆍ경기도 등 지방자치단체간에 초유의 표대결이 점쳐진다. 특히 박빙의 상황이 전개될 경우에는 외국인 지분이 ‘캐스팅보트’를 쥘 수도 있어 공공기관 이전마저 외국인의 손에 맡겨야 할지도 모르게 됐다. ◇가상대결 결과는 예측 불허=가스공사의 정부 지분은 26.86%다. 한전 지분(24.46%)을 더해야 50%가 넘는다. 우호세력인 부산시 등 11개 지자체 지분(3.94%)까지 합해봤자 55%에 불과하다. 의결권이 없는 가스공사의 자기주식(8.42%) 수를 전체 주식 수에서 뺀 뒤 의결권 비율을 다시 셈하면 정부 및 우호지분은 60.4%다. 반면 정관개정을 위해 정부가 확보해야 할 지분은 66.7%. 산술적으로 6%가 미달하고 있는 셈이다. 반대파는 어떤가. 공공기관 이전에 반대하는 서울시ㆍ경기도ㆍ인천시의 가스공사 지분은 의결권 기준으로 6.44%. 여기에 반대파로 분류되는 우리사주(5.51%)를 합치면 11.95%다. 본사 이전을 저지하려면 21%의 지분이 더 필요하다. 겉으로 드러난 판세는 일단 정부측에 유리하다. 하지만 안심할 처지는 아니다. 나머지 지분, 즉 외국인과 기관ㆍ소액주주들이 변수다. 이들의 지분은 27.86%에 이른다. 이중 기관이야 정부에 예속돼 ‘압박’을 하면 된다고 하지만 외국인과 소액주주들은 찬성할 것으로 장담하기 힘들다. 특히 외국인 주주들은 ‘정치적 고려’보다는 경영의 ‘효율성’을 더욱 따지기 때문에 기권하지 않는 한 반대표를 던질게 확실시된다. 29일 현재 가스공사의 외국인 지분율은 12.2%에 이른다. 지난해 말(13.8%)에 비하면 다소 줄었다. 한전은 가스공사처럼 확실한 반대세력은 없으나 지분구조는 더 취약하다. 정부의 한전 지분은 23.97%. 산업은행(29.99%)을 합치면 53.96%로 과반은 되지만 3분의2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정리금융공사(5.06%)가 보유한 한전 지분은 매각대상으로 이미 교환사채(EB)로 시장에 나와 있다. 결국 외국인(약 30.7%)과 기관 및 소액주주(약 10%) 중에서 10% 이상의 지방이전 찬성표를 끌어내야 한다. 공기업의 한 관계자는 “주총에 참석하는 주주가 적으면 정부가 뜻대로 할 수 있지만 여차하면 날벼락을 맞을 수도 있다”며 “잘못하면 외국인들에 의해 공공기관 이전이라는 국가의 핵심 정책이 좌지우지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갈수록 꼬이는 공공기관 지방이전=이전비용 부족, 공기업의 업무효율성 저하, 이전지 선정을 둘러싼 지자체 내 갈등, 2007년 대선 등 공공기관 이전을 둘러싼 문제와 변수들은 이미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양대 공기업인 한전과 가스공사의 경우 정부가 정책실행을 담보할 지분조차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더욱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고 좌초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놓고 선전전만 벌이던 정부와 수도권 지자체가 가스공사의 미묘한 지분구성으로 표대결을 벌이면 정부와 지자체간 갈등은 심각한 국론분열로 이어질 수도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우호주주 확보에 나서면 정부보다 우리가 훨씬 많은 표를 얻을 것”이라고 예상한 반면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외국인투자가와 기관들이 정부 정책에 반기를 들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했다. 정부와 지자체 모두 일반 투자자들의 속사정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자신들의 이해득실에만 분주한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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