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무명 돌풍이 '골프 聖地' 품었다

브리티시오픈 최종<br>남아공 웨스트호이젠, 16언더로 7타차 '완벽 우승'<br>메이저 컷오프 7번 설움 딛고 당당히 챔프 반열에

요란한 부부젤라 대신 잔잔한 백파이프 연주 소리가 낯선 메이저 챔프의 탄생을 축하해줬다. 골프의 성지(聖地)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농부의 아들인 무명의 루이 웨스트호이젠(28)을 선택했다. 웨이스호이젠은 19일(한국시간)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파72ㆍ7,305야드)에서 열린 제139회 브리티시오픈 골프대회 4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1개, 보기 2개를 묶어 1언더파 71타를 쳤다. 2라운드부터 선두를 지킨 그는 최종합계 16언더파 272타를 기록하며 2위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ㆍ9언더파)를 7타 차로 따돌리고 여유 있게 정상에 올랐다. 지난 2003년 프로로 전향한 웨스트호이젠은 남아공 프로골프투어인 선샤인투어에서 통산 5승을 거뒀지만 세계 무대에서는 거의 무명에 가까웠던 선수. 3월 유럽투어 안달루시아오픈 우승으로 그나마 이름을 알렸던 그는 150주년을 맞은 '디 오픈'에서 우승하며 메이저대회 챔피언이라는 영예와 함께 85만파운드(약 130만달러)의 상금을 받았다. 남아공 선수로는 4번째 '디 오픈' 우승이며 2002년 어니 엘스(41) 이후 8년 만의 일이다. 1964년 토니 레마 이후 36년 만에 생애 첫 메이저대회 우승을 올드코스에서 거둔 선수가 된 그는 54위였던 세계랭킹도 15위까지 상승하게 됐다. 이전 8차례 출전한 메이저대회에서 7차례나 컷오프됐던 웨스트호이젠이 이번 대회 이틀째 선두에 나섰을 때까지만 해도 '깜짝 돌풍'으로 본 시각이 우세했다. 그러나 나흘 내내 정확한 드라이버 샷과 아이언 샷을 날렸고 특히 침착성은 세계 정상급 선수들에게 결코 뒤지지 않았다. 비교적 '경기시간 운'이 좋아 날씨 영향을 덜 받았다고 하더라도 바람과 항아리 벙커로 무장한 코스에서 나흘 동안 더블보기 없이 보기를 단 5개로 막았을 만큼 플레이가 안정적이었다. 이날 동반한 폴 케이시(잉글랜드)는 "아무도 막을 수 없었다"며 그를 칭찬했다. 여러 강호들이 이미 우승권과 멀어진 가운데 승부는 웨스트호이젠과 케이시의 대결로 좁혀졌다. 유럽투어 10승, 미국프로골프(PGA)투어 1승을 거둔 케이시가 압박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웨스트호이젠은 무너지지 않았다. 9번홀까지 4타 차를 유지하던 그는 12번홀(파4)에서 사실상 승기를 잡았다. 웨스트호이젠이 버디를 잡아낸 반면 케이시는 티샷을 덤불로 보낸 끝에 트리플보기를 범하면서 순식간에 8타 차로 벌어진 것. 이날 2타를 줄인 웨스트우드가 2위에 올랐고 3타를 잃은 케이시는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등과 공동 3위(8언더파)에 머물렀다. 웨스트호이젠은 우승컵인 은제 주전자 클라레 저그 바닥에 잭 니클로스, 벤 호건, 타이거 우즈, 어니 엘스 등의 이름 아래 자신의 이름을 새겨 넣은 뒤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 엘스와 함께 기쁨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가정형편이 넉넉하지 못했던 그는 어니엘스재단의 유망주 육성 프로그램 덕분에 골프를 시작해 주니어 때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이날은 마침 남아공 국민의 정신적 지주 만델라의 92번째 생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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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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