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이 신용위기와 경제 둔화에 따른 매출 부진으로 잇달아 감원, 주요사업부문 매각 등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당초 금융 부문에 국한됐던 인수ㆍ합병(M&A) 등 구조조정 바람이 자동차ㆍ항공ㆍ운송ㆍ가전 등 주요 사업 분야로 번지며 미국 경제의 대동맥마저 뒤흔들고 있다. 이제 안정권은 고유가의 수혜를 받고 있는 에너지 업체와 물가상승으로 반사이익을 보는 대중 소매업체, 인터넷 업종 정도라는 게 현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중 델 컴퓨터 등 인터넷 업체의 선전은 이머징 시장의 매출을 빼면 설명하기 어렵다. 자본주의의 리더로 전 세계 시장을 쥐락펴락해 온 미국의 자존심도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30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 최대 자동차 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는 비용절감을 위해 오는 7월1일까지 1만9,000명의 근로자들을 감원할 방침이다. GM은 감원을 통해 생산 축소를 실시하는 한편 연료비가 많이 드는 트럭 대신 승용차 생산 비중을 높이는 구조조정안도 추진한다. 앞서 2위 자동차 기업인 포드도 감원정책 및 트럭 및 SUV의 생산을 줄이는 쇄신안을 내놓았다. 포드는 올해 재규어ㆍ랜드로버 브랜드를 매각한 데 이어 볼보 브랜드의 매각을 추진하며 볼보 생산감축 및 감원 계획을 표명했다. 고유가 및 승객 감소로 신음하는 항공업계에도 M&A 소문이 무성하다. 지난 달 미국 3위 델타항공과 5위 노스웨스트항공이 합병에 동의한 데 이어 2위 항공사인 유나이티드 항공이 US에어웨이즈와의 합병을 두 달 이상 추진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양 사의 합병은 고용 조건 등의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해 당분간 보류될 방침이다. 대신 외신들은 유나이티드 항공이 컨티넨털항공과 추진 중인 가격 경쟁력 및 운항 횟수 증대를 위한 협약이 거의 성사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보도했다. 앞서 최대 항공사인 아메리칸항공은 국내선 운항 규모를 10% 이상 감축하고 수천 명의 직원을 감원한다고 발표했고, 국내선 첫번째 짐칸 수화물에도 별도 요금을 부과하겠다는 결정을 내놓았다. 고유가에 따른 비용상승은 물류업계 향방도 바꾸고 있다. 미국 내에서 세계 최대 운송업체인 UPS를 견제해 온 DHL은 라이벌 회사에게 미국 내 운송을 위탁하는 처지가 됐다. UPS는 연간 10억 달러의 비용을 받고 앞으로 약 10년 동안 미국 내 DHL 화물을 대리 수송한다. 이는 DHL의 모기업 도이체 포스트의 미국 부문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미국시장 점유율 상승을 위한 마케팅 전이 사실상 종식되는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양 업체는 계약에 따라 고유의 브랜드 이름은 유지한다. 미국의 상징물도 속속 매각 물망에 오르고 있다. 미국 시장 점유율 50%를 자랑하는 맥주 버드와이저도 현재 매물로 나와 있다. 생산량 기준 2위로 벨기에-브라질 업체가 합병한 인베브가 버드와이저를 생산하는 미국 안호이저 부시의 인수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 미국의 대표 기업인 제너럴일렉트릭(GE)은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100년 넘게 이어온 ‘기업의 상징’인 가전 부문을 매각한다. GE의 가전부문은 월풀(26.1%)에 이어 현재 미국 부엌 가전 시장의 20%를 점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