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잉씨배 세계바둑대회 29일 개막

천하를 호령하는 이창호도 오르지 못한 자리가 있다. 산으로 치면 히말라야 에베레스트에 해당하는 초특급 바둑올림픽 잉씨(應氏)배. 조훈현(1회) 서봉수(2회) 유창혁(3회) 등 한국 기사들이 역대 금메달을 싹쓸이해 왔다. 그러나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바둑 1인자’가 ‘세계 1위 기전’에서 우승을 못해보다니…. 위신과 체면이 말이 아니다.이창호에겐 권토중래의 기회가 될 제4회 잉씨배 세계프로바둑선수권대회(대만 잉창치 바둑교육기금 주최)가 29일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개막식을 시작으로 대장정에 돌입한다. 4년마다 한번씩 열리는 ‘바둑 올림픽’잉씨배는 총상금 150만달러, 우승상금 40만달러(4억5,000원)로 현존 국제기전 중 최대규모. 다른 기전의 2∼3배에 달하는 상금 액수도 액수지만, 4년에 한번만 돌아오는 기회의 제한성 때문에 출전 선수마다 전력을 집중할 수 밖에 없는 대회이다. 특히 이창호 9단은 한국바둑 ‘4인방’의 대표주자이자 세계바둑 1인자로서, 명가의 계보를 잇고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는 점에서 각오가 남다르다. 사실 이 9단에게 잉씨배는 ‘악연’그 자체였다. 국내 바둑계를 평정하며 승승장구하던 1993년 제2회 대회 때는 ‘중국의 마녀’루이나이웨이(芮乃偉)에게 덜미를 잡혀 초반 탈락의 수모를 당했고, 4년 절치부심 끝에 재도전한 3회 대회(1997년) 때는 8강전에서 라이벌 유창혁에게 패해 분루를 삼켜야 했다. 이 9단이 제2회 잉씨배에서 루이에게 패한 뒤 한동안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깊은 슬럼프에 빠졌던 것은 잘 알려진 사실. 97년의 패배 이후 다시 4년을 참고 기다려온 ‘신산(神算)’이창호가 이번 대회에선 얼마나 성숙한 기량을 선보일지 주목된다. 이번 4회 대회에 참가하는 각국 선수는 모두 24명. 4연패의 신화창조를 노리는 한국은 지난 대회 우승자인 유창혁 9단을 비롯, 이창호·조훈현·서봉수·양재호 9단, 최명훈 7단 등 모두 6명이 출전한다. 일본은 지난 대회 준우승자인 요다 노리모토(依田紀基) 9단과 조치훈·린하이펑(林海峰)·다케미야 마사키(武宮正樹)·왕리청(王立誠)·오다케 히데오(大竹英雄)·아와지 슈조(談路修三) 9단 등 7명이 출격하며, 최근 ‘6소룡’을 중심으로 전력이 급상승하고 있는 중국에선 마샤오춘(馬曉春)·창하오(常昊)·차오다위안(曺大元)·류샤오광(劉小光)·위빈(兪斌)·샤오웨이강(邵위剛) 9단 등 6명이 대표로 선발됐다. 루이나이웨이(芮乃偉) 장주주(江鑄久) 9단부부는 한국에 입성하기 전 활동했던 미국기원의 대표로 나오고, 일본서 활약중인 왕밍완(王銘琬) 9단은 대만 1인자 저우쥔쉰(周俊勳) 9단과 함께 대만대표로 출전한다. 유럽대표로는 루마니아 출신의 다리누 카타린 2단이 유일하게 나선다. 잉씨배는 일반기전과 달리 독특한 바둑 규칙을 적용하기 때문에 의외의 ‘변수’도 많을 전망이다. 먼저 흑과 백이 각자 180개의 돌을 확인하고 시작하며, 잡아서 따낸 돌을 상대편에게 돌려주는 것 등이 우리 바둑 규칙과 다른 특징이다. 또 백에게 7집반에 해당하는 8점(집수에 반상위의 바둑돌 수를 합산)의 덤을 부여하므로 흑을 쥔 쪽은 먼저 두는 이점을 살려 최대한 강력하고 적극적인 작전을 펴지 않으면 안된다. 이와 함께 3시간30분의 제한시간을 다 썼을 때 초읽기를 하지 않고 벌점을 주기 때문에 바둑은 이기고도 벌점으로 지는 경우도 있다. 그만큼 관전자들은 색다른 재미를 맛볼 수 있는 대회이기도 하다. 변형섭기자 입력시간 2000/04/24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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