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십자각/5월 19일] '쇠고기'때문에 '대운하'마저
최석영 부동산부 차장 sychoi@sed.co.kr
"노무현은 '조중동'과 싸우더니 MB는 '초중고'와 싸운다." '조중동'과 '초중고'라는 어감이 비슷한 말을 빗대 최근 시중에 떠도는 우스갯소리다. 하지만 이 말을 되새겨보면 그냥 지나가는 유머로만 들리지 않는다. 참여정부가 가장 실패했다고 평가 받는 언론정책과 최근의 '쇠고기 파동'에 중고교생들이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뛰쳐나가 정부에 항의하는 모습을 가장 잘 표현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이런 세태에 대해 "젊은 세대들과의 소통이 부족한 것 같다"며 "나는 젊은 사람들의 사고를 배우기 위해 개그 프로그램을 일부러 유심히 보곤 한다"고 말했다고 하니 어느 정도 상황 인식은 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쇠고기 파동'이 국민들과의 소통부족에 가장 큰 원인이 있다는 이 대통령의 판단에는 다소 동의하기 어렵다. 물론 소통부재도 한 이유겠지만 '고소영'이니 '강부자'이니 하는 국민들의 지탄에도 "일만 잘하면 되지 않느냐"며 뽑아놓은 내각 수장들의 현실인식 부족과 이 대통령의 '불도저식 일처리'가 이번 사태를 키웠다는 의견이 더욱 설득력이 있다.
실례로 지난주 국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청문회에 나온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업무파악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며 꿀 먹은 벙어리 같은 모습을 보인 것이나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의 "30개월도 안 되는 소를 먹는 줄 몰랐다"는 발언에 국민들은 아연해 하고 있다. 두 장관의 수준은 촛불시위에 나서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광우병에 걸려 죽으면 대운하에 뿌려진다"는 발언을 서슴지 않는 중고생들과 별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취임한 지 100일도 안돼 한창 밀월을 즐겨야 할 시기에 지지율이 급락하는 MB정부의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더구나 이 때문에 이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워 공을 들인 한반도 대운하는 말도 꺼내지 못할 형편이다. 한술 더 떠 쇠고기 재협상을 규탄하는 시위에서는 대운하 추진 계획도 이번에 함께 폐기시켜버리자는 구호도 나온다.
하지만 한반도 대운하 추진은 이렇게 묻혀 흐지부지 돼버릴 사안은 분명히 아니다. 이 대통령이 진정으로 대운하 추진을 원한다면 지금처럼 '민간에 맡겨 사업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식의 태도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정부가 나서 떳떳하고 공개적으로 대운하의 사업타당성 여부나 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을 꼼꼼하게 따져 국민들을 의견을 묻는 절차를 시작해야 한다. 사업추진 여부의 빠른 결정만이 '대운하도 쇠고기처럼 졸속으로 처리해버릴 것'이라는 국민들의 의혹을 해소하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