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서경이 만난 사람] 김승유 미소금융중앙재단 이사장

"미소금융 대상 390만명까지 2배 늘릴것"<br>금리 체계 합리적 손질 서민 수혜폭 더 넓힐것<br>대출만으론 성공 못해 사회적 네트워크 통한 창업 지원등 이뤄져야

◇약력 ▦1943년 충북 청주 ▦1961년 경기고 졸업 ▦1965년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1971년 남가주대 경영학 석사 ▦2006년 고려대 경제학 명예박사 ▦1965년 한일은행 입행 ▦1971년 한국투자금융 입사 ▦1980년 한국투자금융 부사장 ▦1997년 하나은행장 ▦2005년 하나금융지주 회장 ▦2009년 휴면예금관리재단(현 미소금융중앙재단) 이사장 ▦중소기업금융지원상 은탑산업훈장, 유네스코 서울협회 올해(2003년)의 인물상, 한국경영학회 경영자 대상 등 수상


"앞으로 미소금융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이 390만명까지 늘어날 것입니다. 또한 미소금융의 대출 금리체계도 보다 합리적으로 손질할 계획입니다."

미소금융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김승유(사진) 미소금융중앙재단 이사장은 하반기부터 미소금융의 수혜를 받게 될 서민계층의 폭을 한층 더 넓히겠다고 강조했다. 미소금융사업 시작 후 지난 8개월여간 사업의 지속적 수행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데 주력했다면 앞으로는 이를 바탕으로 서비스를 보다 확대하는 데 주안점을 두겠다는 것이다.


하나금융지주 회장이기도 한 김 이사장은 8일 서울 을지로 하나금융지주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김 이사장은 다만 "단순히 소액을 싸게 빌려주는 것만으로는 사업의 노하우가 부족한 저소득ㆍ저신용계층의 자립을 성공시킬 수 없다"며 "자금 대출 이외에도 사회적 네트워크를 통한 창업 노하우 전수, 마케팅 지원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를 위해 전문가와 일반 시민을 아우르는 범국민적인 미소금융 자원봉사 참여가 이뤄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미소금융 사업이 시작된 지 8개월째가 됐습니다. 가장 큰 성과라면 무엇이 있을까요.

▦미소금융 시작 이후 짧은 기간에 무려 56곳에 달하는 전국적인 지점망을 갖췄다는 것이 중요한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자금 사정이 어려운 서민들이 미소금융 서비스와 만날 수 있는 접점이 늘어난 것이지요.

미소금융 대출을 받은 분은 지난 7월23일을 기준으로 할 때 2,912명에 달합니다. 미소금융은 이 분들에게 모두 184억원가량의 자활자금을 저리로 지원해줬습니다. 물론 전국에는 지금도 더 많은 저신용자들이 생활고를 겪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보다 많은 분들이 미소금융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대출상품과 다른 형태의 신상품들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사회 일각에선 미소금융의 대출실적만을 가지고 쓴소리를 던지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사업 초창기인만큼 실적에 대한 평가는 다소 관대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데요.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그동안 저희 중앙재단은 단순히 대외적으로 보여지는 단기 실적보다는 이 사업을 장기적으로 지속시키고 성공시키기 위한 인프라 구축에 힘을 쏟았습니다. 최근에 보다 새로운 개인신용평가체계를 개발해 서민금융을 지원 받을 수 있는 분들의 범위를 한층 넓힌 것도 그런 차원인데요. 새 신용평가체계가 적용되면 미소금융 대출을 지원 받을 수 있는 분들의 범위가 기존의 200만명에서 390만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게 됩니다.

서민들에 대한 생활밀착서비스를 한층 강화하기 위한 인력 확보에도 힘을 썼는데요. 이를 위해 자원봉사단을 만들고 그 규모를 전국적으로 키워가고 있습니다.

-방금 말씀하신 미소금융 자원봉사단은 정말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그렇습니다. 미소금융사업에는 반드시 고급 금융지식을 갖춘 전문가만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사회에 봉사하겠다는 뜻을 갖고 있는 분들의 일손 지원이 절실합니다. 마침 전국적으로 뜻 있는 분들의 동참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미 1,100여분이 자원봉사를 하겠다고 신청했을 정도로 미소희망봉사단(미소재단이 주도하는 자원봉사단체)에 동참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자원봉사단 중에는 경영ㆍ법률ㆍ세무ㆍ사회복지 분야의 전문가분들도 있지만 대학생과 같은 일반인들도 다수 포함돼 있습니다. 이들 가운데 전문가들이 미소금융 대출을 받은 서민들에게 각각 맞춤형 자활 해법을 제시하면 일반 봉사자들이 대거 투입돼 생활 현장에서 직접 서민들을 찾아가 삶의 재기를 돕는 방식으로 봉사단이 활약하게 될 것입니다.

-미소금융사업을 추진하는 데 자원봉사자들의 참여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미소금융 지점의 대출창구를 두드린 분들은 이미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삶의 재기를 이루기 어려운 극빈층이거나 신용 최하위계층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분들의 문제는 단순한 자금 부족이 아닙니다. 성공의 노하우와 이를 실현시킬 인적 네트워크가 부족한 것이 더 큰 어려움이죠. 따라서 체계화된 전국적 네트워크를 가진 은행ㆍ대기업이 동참한 미소금융재단과 전문적 지식이나 순수한 봉사의 열정을 가진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한 봉사단이 함께 힘을 모아야 미소금융에 기댄 저신용ㆍ저소득자들의 자활이 성공할 수 있는 것입니다.

-성공사례도 나왔겠군요.

▦맞습니다. 이혼을 한 여성 한 분이 미소금융을 찾았습니다. 이분은 자녀를 둘 데리고 있는데 생계도 막막해 정말 힘든 상태였습니다. 이분이 구상하는 사업은 진드기 퇴치 서비스업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서비스는 사회적 네트워크가 없는 분들이 혼자서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가정을 방문해 최소 3~4시간씩 작업을 해야 하는데 낯선 사람에게 누가 안방이며 거실을 몇 시간씩 맡기겠습니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소금융사업에 동참한) 하나은행이 마케팅을 지원했습니다. 하나은행 내에서 사회나눔에 뜻을 둔 봉사단체 회원들이 각자의 지역에서 진드기 청소를 희망하는 분들을 창업주에게 소개해줬고 서비스를 받은 고객들은 하나은행이라는 신용도 높은 기관을 통해 소개받은 창업주인 만큼 안심하고 집안 청소를 맡기겠다고 선뜻 허락한 것이죠.

-결국 사회적 네트워크의 지원 없이는 서민 구제가 쉽지 않다는 말씀이군요.


▦그렇습니다. 사회적 네트워크가 함께 지원되지 않고서는 단순 소액대출만으로는 서민을 성공적으로 자활시킬 수 없습니다. 요즘 식당이나 세탁소 하나 열려면 수억원 이상이 들어갑니다. 이런 현실에서 서민금융기관이 1인당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씩의 소액을 아무리 저리로 빌려준다고 해도 그 돈으로는 저소득ㆍ저신용자가 번듯하게 가게 하나 차리지 못합니다. 더구나 미소금융의 대출을 희망하시는 분들의 창업계획을 보면 소액으로 창업하기 쉽지 않은 아이템을 들고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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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분들에게 소액으로도 창업이 가능한 틈새사업과 창업 노하우를 알려줄 수 있는 전문적인 조직이 필요하고 창업 후 영업을 수시로 도와줄 사회적 네트워크가 중요한 것입니다.

-기왕이면 창업뿐 아니라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공공서비스 영역에서 저신용ㆍ저소득계층에게 일자리를 소개해주는 것도 자활을 돕는 좋은 방법일 것 같은데요.

▦매우 좋은 지적입니다. 가능하면 내년부터 실행할 수 있도록 검토하겠습니다. 그전까지는 우선 기존의 미소금융서비스를 한층 더 개선시켜 서민들이 쉽게 다가오는 일에 집중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올해 중에 (현재 연 2.0~4.5%인 대출의) 금리체계를 보다 합리적으로 재조정할 계획입니다.

-미소금융에 대한 사회적 지원이 많았다지만 여전히 부족할 듯합니다.

▦무엇보다 나눔문화 확산이 절실합니다. 그 중에서도 미소금융의 안정적 재원 확보를 위해 국민들의 뜻 깊은 기부가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서민들의 자활을 생활현장에서 도와주실 분들의 자원봉사 참여도 한층 더 확대되길 희망합니다.

국민적 인기를 얻고 있는 스포츠 스타들이 솔선수범해서 미소금융을 통한 나눔문화에 나서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어 하나은행이 후원하는 여자골퍼인 김인경 선수는 앞으로 연말까지 주요 대회에서 버디를 한번 칠 때마다 10만원씩 미소금융사업 기금으로 기부하겠다고 제게 전해왔습니다. 만약 야구선수가 홈런을 칠 때마다, 축구선수가 골을 넣을 때마다 소정의 기부금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미소금융을 도와준다면 국민적 관심이 얼마나 높아지겠습니까.

-제도적 지원의 미흡한 부분도 많겠지요.

▦우선 시급한 것은 미소금융의 지역 지점들이 공공기관에서 사무실을 무상으로 임차할 수 있는 근거법을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미소금융 지점들의 경상경비 중 사무실 임차비용이 가장 큰 부담인데 이것이 공공기관 무상임차를 통해 해결된다면 그만큼 절약된 비용을 서민지원 재원으로 더 보탤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금융기관의 휴면예금 출연을 의무화하는 법적ㆍ제도적 정비도 빨리 이뤄졌으면 좋겠습니다.

-기왕 서민금융재원의 안정적인 조달이 필요하다면 아예 준예금기관으로 격상시킬 수 있는 제도적 개선을 건의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사실 영국의 미소금융재단 격인 '자선은행(The Charity Bank)'도 은행에 준할 정도로 예금을 받아 그 돈으로 저소득층에게 싸게 대출해주고 있는데요.

▦저소득층의 자립을 보다 성공적으로 돕기 위해선 마이크로파이낸스(저신용계층에 대한 소액금융서비스)사업이 보다 다양한 형태로 이뤄져야 합니다. 그런 차원에서라면 말씀하신 것과 같은 형태의 사업도 논의될 수 있다고 봅니다. 그 밖에도 국내 이주 노동자를 위한 소액송금이나 기존의 마이크로파이낸스 서비스들을 결합ㆍ연계시킬 수 있도록 제도적ㆍ법적 여건이 마련되면 좋겠습니다.




'미소금융=자활성공 전파소'로 알아주세요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안경점 직원으로 일하던 정모(38)씨는 4년 전 모친이 운영하던 동태탕 음식점 장사를 거들기로 했다. 하지만 가게 입지가 나빠 현상유지도 힘들었다고 한다. 정씨는 빚을 내서라도 입지가 좋은 지역으로 가게를 옮기려 했으나 카드대출 연체 등의 기록이 있어 은행 대출이 어려웠다.

그런 정씨에게 지난 2월 미소금융재단이 3,000만원을 저리로 빌려줬다. 정씨는 대출금으로 새 가게를 얻은 후 정기적으로 양로시설 등에 기부할 정도로 매출이 크게 늘었고 결혼에도 성공하는 겹경사를 맞았다.

미소금융이 서민들에게 대출 서비스를 시작한 지난 8개월여 동안 정씨와 같이 어려운 처지에 있다가 자활의 계기를 맞이한 사람이 3,000명에 육박한다. 사회 일각에서는 그저 대출액과 대출건수만을 늘리라며 획일적이고 표면적인 잣대를 들이대지만 사실 자활 의지를 제대로 심사하지 않고 돈만 빌려주는 것은 오히려 서민들의 빚을 늘리는 꼴이다.

서민금융사업은 이 때문에 돈을 얼마나 빌려줬느냐 보다는 자활에 성공한 서민들의 사례를 계속 만들어나가느냐에 주안점을 두고 실적을 평가해야 한다.

김승유 미소금융중앙재단 이사장은 미소금융사업을 하면서 서민들의 숱한 감동의 자활 스토리를 몸소 지켜본 것을 가장 큰 보람으로 꼽는다. 특히 거리를 전전하던 한 노숙인의 사례는 김 이사장에게 잔잔한 감동을 줬다. 노숙인 시절 그는 자녀와 길거리를 걸을 때 과자나 장난감 등을 파는 가게 앞을 피해 일부러 빙 둘러 다녔다고 한다. 아이가 무엇을 사달라고 해도 사줄 돈이 없어 서로 가슴만 아프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그가 소액 서민금융 지원을 통해 전기설비사업을 성공적으로 차릴 수 있었다. 그리고 얼마 후 김 이사장을 찾아와 '예전에는 아이와 손 잡고 다닐 수 없었던 가게 앞을 이제는 당당히 지나다닐 수 있게 됐다'며 감사를 표했다고 한다.

김 이사장은 "국민 여러분께서 미소금융재단은 돈을 빌려주는 곳이 아니라 자활 성공의 노하우를 전파하는 곳으로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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