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뉴욕 총영사관이 컬럼비아 대학의 조셉 스티글리츠 교수에게 훈장을 수여하는 자리에 참석, 그와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한국 정부가 그에게 훈장을 수여한 것은 세계은행 부총재 시절에 외환위기를 겪고 있던 한국경제에 도움을 준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였다.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스티글리츠 교수는 국제통화기금(IMF)이 경제위기에 처한 나라에 축소지향의 잘못된 정책을 지나치게 강조함으로써 많은 실수를 했고 오히려 IMF의 충고를 듣지 않은 나라들이 성공했다고 말했다.
한국은 IMF의 권고 사항을 받아들여 성공적으로 위기를 극복한 나라로 꼽히고 있다. 국제 금융시장의 투자자들은 한국의 세계화를 지향한 노력에 찬사를 보내고 이에 따라 한국경제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스티글리츠 교수의 지적처럼 IMF가 지향하는 글로벌라이제이션(globalization)이 최선인가 또는 그 문제점을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 하는 점들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의 성과에 자만하기보다는 글로벌라이제이션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무엇을 잊고 있었던가를 정리해보는 시기도 됐다고 생각한다.
먼저 한국이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수단으로 글로벌 스탠더드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어려움과 부작용이 있었고 국민 정서상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글로벌라이제이션에 따른 경제개혁 방향이 구미에서 발전ㆍ도입된 개념이기 때문에 동양 문화권에서 뿌리를 내리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일본의 개혁이 아직 지지부진하고 경제적 어려움이 계속되는 것에서 그 예를 볼 수 있다.
글로벌라이제이션 시대에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한국은 '경제개혁'이라는 슬로건으로 모든 제도를 변화시켜왔지만 방법론적으로 한국의 토양과 문화, 그리고 사회현실을 감안한 '한국적 개혁'을 얼마나 논의하고 연구했는지는 의문이다.
한국적 개혁이 무엇인가에 이론이 있을 수 있지만 한국적 특성을 최대한 활용하며 국제화 조류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한번 결정하면 놀라울 만큼 빨리 변하는 다이내믹하고 유연한 우리의 국민적 특성을 고려한 경제개혁의 방향이 서게 되면 추진력이 엄청날 것이다. 한국이 정보기술(IT) 산업의 발전에 유감 없이 능력을 발휘한 것이 그런 예가 될 것이다.
둘째, 지난 40년 동안 우리나라 경제의 고도성장을 주도했던 제조업의 중흥에 역점이 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개혁의 추진과정에 서비스 산업과 통신산업이 부각되면서 일반 제조업 분야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다소 식은 듯한 느낌이다.
구조조정의 일차적인 목표를 비용 절감에 두다 보니 연구 인력이 가장 먼저 희생된 것이 현실이고 연구개발(R&D)이 빈약해지면서 제조업은 단순생산 내지 하청 수준으로 쇠퇴할 수밖에 없었다.
R&D를 강화하고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을 생산함으로써 제조업을 회생시키는 방법을 찾는 것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산업개혁의 방향이리라 본다.
세계경제의 두 축인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상품 수입원을 세계 각국으로 다변화하고 있고 한국과 중국은 이러한 면에서 중요한 공급원으로 부각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구미 제국과 아시아권을 연결하는 이른바 허브(Hub)로서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세계 과학기술의 메카인 미국에는 한국계 과학인력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풍부하고 대학ㆍ연구기관ㆍ기업의 여러 부문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을 참여시켜 미국 학계와 산업과의 제휴를 추진하고 국내 과학인력과 힘을 합쳐 기업의 R&D 기능을 강화하면 한국 제조업은 또다시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스라엘이 미국의 유대인 인재를 활용하는 예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또한 수출 주도의 경제체제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 수출은 사회발전의 필요조건인 고용을 증대하고 수입이 증가하면 고용 기회가 줄어든다.
한국의 경우에는 국내 수요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수출에서 고용 기회를 창출할 수밖에 없다.
물론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의 자유무역 시스템에서 70년대와 같은 수출 일변도의 산업정책 추진은 불가능하다 하더라도 수출 확대를 통해 제조업을 중흥시키려는 국민적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대외적 마찰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 개발연대에 추진했던 정부지원 중심의 일차적인 대응 차원을 한단계 높여 연구인력을 확대하고 마케팅과 판매 인력을 양성, 세계 유통망을 파고드는 등 소프트웨어적 측면의 산업개혁 방향을 강구할 때라고 생각한다.
수출로 먹고 사는 타이완이나 싱가포르처럼 한국도 국가적 저력을 수출에 매진할 필요가 있다.
김영만(駐美한국상의 명예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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