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한국의 전문변호사] ①이창원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기업 속사정 직원보다 더 잘아는 '빠꼼이'<br>"M&A변호사는 오케스트라 지휘자와 비슷해 매력"


국내 변호사 1만명 시대를 맞아 기업 인수합병(M&A)ㆍ증권/금융ㆍ공정거래ㆍ조세 등 각 분야에서 내로라 하는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는 전문변호사들을 취재한다. '한국의 전문변호사들'. 그들은 과연 누구이고, 어떤 노하우로 무장돼 있는지, 그리고 목표는 무엇인지 등을 빠짐없이 들어봤다. 국내 최고 변호사들을 소개하면서, 시장개방 이후에도 한국의 법률시장에 대한 자신감과 함께 경쟁 변호사들에게는 또 다른 '자극'으로 작용해 서로 윈윈(Win-win)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변호사 선정은 본지가 지난해와 올해 국내 60대 기업의 사내변호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두 차례의 설문조사와 국내 주요 로펌의 대표 변호사들이 추천한 결과 등을 토대로 이뤄졌다. 총 25개 분야에서 각 분야별로 많게는 4~5명, 적게는 1~2명의 전문변호사를 선정했지만, 지면관계로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아 맹활약하고 있는 많은 변호사들을 모두 다루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편집자주> 법무법인 세종의 이창원 변호사는 산업의 최신 동향이나 개별 기업들의 돌아가는 속사정을 내부 직원보다 더 잘 꿰고 있는 ‘빠꼼이’다. 기업 인수합병(M&A) 업무를 시작하면서 자연스러워진 생긴 버릇이지만, 그는 팀을 총괄하고 있는 요즘도 회사 관계자들과 틈만 나면 전화해 자신의 궁금증을 확인한다. 단순히 법률적인 문제만을 놓고는 기업에 제대로 된 해결책을 제시해 줄 수 없다는 게 그의 고집 아닌 고집이다. 그는 함께 일하는 후배 변호사들에게도 “기업 속사정 파악”을 주문한다. “기업을 알아야 제대로 된 자문도 가능하다. 기업 입장에서는 변호사가 필요로 하는 법률적 문제와 관련된 정보만 제공해 주기 쉬운데, 좋은 변호사가 되려면 기업의 속사정을 파악한 후에 궁금해 하는 것을 역으로 물어볼 수 있어야 한다. 기업상황을 모르고는 다른 방향의 자문이 나올 수도 있다” ‘나무가 아닌 숲을 보려고 노력’하는 그의 습관은 국내 최고라는 명성으로 바뀌어 있는 셈이다. 그는 “M&A변호사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같다”며 M&A 변호사의 매력을 설명했다. M&A거래 속에 기업활동에서 발생하는 모든 법률문제가 녹아 들어가 있기 때문에 관련 내용을 넓고 깊게 이해한 뒤 조율해야만 ‘좋은 선율(결과)’이 나온다는 것. 그는 “기업의 속 사정과 다양한 금융기법, 담보 관련 이슈, 규제 사항 등 다양한 내용을 두루 섭렵해야만 좋은 해결책이 뒤따른다”며 거듭 강조했다. 이 변호사의 손을 거친 M&A건은 화려하다. 규모뿐만 아니라 M&A 교과서로 통할 정도로 국내에서는 첫 케이스로 꼽는 사례도 많다. 동양메이저의 시멘트사업 분리ㆍ매각, GE캐피탈의 현대캐피탈 투자건, 우리금융지주의 LG증권 인수건, 캠코의 대우종합기계 매각건, 현대엘리베이터와 KCC의 경영권 분쟁, 필라코리아의 필라그룹 인수건 등등이 그의 손을 거친 M&A건들이다. 이 가운데 그가 자력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해결한 M&A건은 2003년 동양메이저에서 시멘트 사업부문을 분리한 뒤 지분 25%를 세계 최대 시멘트사인 프랑스 라파즈에 매각한 일이다. 그동안은 M&A 팀원으로 활약했지만, 동양시멘트의 라파즈 매각은 전적으로 이 변호사 주도하에 모든 게 이뤄졌다. 법률ㆍ구조적으로 매우 복잡한 건이라는 평가를 받아, 주위에서도 성사여부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였지만, 결국 그는 딜을 성공적으로 성사시켰다. 동양메이저의 시멘트사업 매각이 이 변호사의 공식적인 첫 단독 작품인 셈이다. 이 변호사는 복잡하고 어려운 딜 일수록 ‘쉽게’ 푸는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동양메이저의 시멘트 사업분리가 그랬고, ‘프랜차이즈사가 본사를 인수’해 유명해 진 ‘필라코리아의 필라그룹 인수’가 또 그랬다. 국내 토착 기업이 패션분야 글로벌 브랜드를 가진 업체를 인수한 점에서 ‘다윗이 골리앗을 먹은’ 것으로 묘사가 될 정도였던 이번 딜은 전세계적으로도 선례가 없을 정도로 유명한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이 변호사는 딜에 대한 세부적인 상황에 대해 말을 아꼈지만, 집요하게 당시 상황을 물어봤다. 당시 필라코리아 경영진은 회사를 자신들이 직접 인수한 뒤 다시 해외에 있던 본사 인수를 시도했다. 하지만 자금사정이 넉넉치 않아 어떤 식으로든 해결하는 게 관건이었다. 이때 이 변호사가 나서 문제의 근원을 해결해 결국 딜을 성사시켰다. 그는 “필라코리아 역인수 건 덕분에 정말로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를 했고, 그래서 기억에 남을 정도로 재미있었던 딜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딜 성사로 국제적인 능력을 인정받아 국제법률계의 저명한 저널인 ‘아시안 리걸 비즈니스(ALB)’에서 선정한 ‘2008년 100인의 변호사’ 명단에 당당히 포함되는 등 주목을 받았다. 시숙간 경영권 분쟁을 야기했던 KCC의 현대엘리베이터 적대적 M&A건에서도 이 변호사는 현대엘리베이터를 대리해 결과적으로 완승을 거뒀다. 이 같은 저력은 이 변호사가 어떤 사소한 사건을 맡더라도, 사건을 완전히 이해하고, 솔루션을 머리에 깊게 새겨 두는 습관에서 생겨난다. 언제 어디서든지 유사한 사건이 맡겨졌을 때 순식간에 답이 나오는 순발력도 이 때문이다. 그는 이를 두고 ‘밑천론’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한 번 자신에게 온 일은 완벽하게 내 것으로 만들어 놓아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다음에 비슷한 일이 맡겨져도 새롭게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일이 더디게 된다”고 말했다. 밑천이 있으면 처음보다 훨씬 편하게 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벼락치기’란 변호사 생활에서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단어”라며 “기회는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주어지지만, 준비된 자만 기회를 거머질 수 있는 이치와 같다”고 말했다. 그가 M&A의 길로 접어든 것은 우연이었다. 판검사 시보생활을 하다 흥미가 떨어져 곧바로 법무법인 세종으로 들어왔다. 마침 세종에서 운영하는 유학프로그램으로 1년 미국 보스턴 대학 로스쿨에서 공부를 했다. 이때 회사법과 증권법을 공부해 놓은 게 ‘밑천’이 됐다고 그는 회고했다. 그가 미국 연수 후 귀국한 시기는 97년 외환위기(IMF) 직후였다. 도처에 도산한 기업들이 즐비했는데, 불행 중 다행으로 도산 기업 중에 알짜를 서로 차지하려는 움직임이 형성되면서, M&A의 큰 시장이 형성됐다. 그렇게 자잘한 M&A 건을 맡다 오면서, 지금까지 이어질 줄은 그도 미처 생각 못했다. 이 변호사는 지금도 “내 천직이었나 보다”고만 할 정도다. 이렇게 잘 나가는 그에게도 한때는 슬펌프가 있었다. 바로 2004년이었다. 이 변호사에게 2004년은 ‘최악의 해’로 기억된다. 그는 “한해 동안 무려 10여건의 딜이 동시에 맡겨졌다”며 “정신력이 아니었으면 버텨내기 힘들 정도의 업무강도였다”고 회상했다. GE캐피탈의 현대캐피탈 투자건, 우리금융지주의 LG증권 인수건, 자산관리공사(캠코)의 대우종합기계 매각 등. 굵직한 사건들이 연달아 터져 그는 정말 눈코 뜰새 없는 나날을 보냈다. 그는 “머리 속에 그 사건들을 갖고 처리한 게 이상할 정도다”라고 회고했다. 하지만 특유의 낙천적인 스타일인 그는 고강도 스트레스도 잠시 뿐, 동료들과 술 한 잔 기울이면서 하루 하루의 스트레스를 날려 버리며 지금의 경지에 올라 있다. 그의 겉모습은 순박하면서도, 힘이 넘쳐 난다. 그런데도 자신은 “나서기 싫어하는 소심맨”이라고 소개한다. 그의 꿈은 세종은 물론, 세종의 M&A 팀을 세계 최고로 만들어 놓겠다는 것이다. 2006년 9월부터 세종의 운영위원회 멤버 5명에 포함되면서 좀 더 큰 그림을 그려보고 싶은 욕심도 함께 생겼다. 어깨도 그만큼 무거워 진 게 사실이다. 이 변호사가 한참 망설이다 대답한 또 하나의 꿈은 세계여행이다. “그 동안 못 가봤던 세계 여러 곳을 여행하면서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 지 구경해 보고 싶다”는 그의 마음은 벌써 배낭을 훌쩍 둘러 맬 기세다. 하지만 그는 세종의 M&A팀이 세계 최고가 되는 그날, 당당히 배낭을 들춰 메고 주위의 박수를 받으며 행복하게 떠날 그날을 위해 다시 사무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 He 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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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3년 전북 출생 ▦ 1982년 전주고 졸업 ▦ 1986년 서울대 법학과 졸업 ▦ 1997년 미국 보스턴대 법과대학원 졸업(LL.M.) ▦ 1987년 제29회 사법시험 합격 ▦ 1990년 사법연수원 수료(제19기) ▦ 1993년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 1997년 미국 캘리포니아 Gibson, Dunn & Crutcher 법률사무소 근무


김홍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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