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9월 11일] 여행업계, 위기를 기회로

지난해 말부터 여행업계는 이른바 ‘3고(고물가ㆍ고환율ㆍ고유가)’ 한파로 위기를 겪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벌어진 태국 반정부시위, 중국 천재지변, 추석 특수 실종 등 예기치 못한 악재가 겹치면서 아웃바운드(내국인 해외 송출) 여행업체들이 처한 불황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선도 업체인 하나투어와 모두투어마저 조직개편과 무급휴가를 도입하며 임원급 급여 지급유예까지 비상경영체제를 한층 강화하고 나섰다. 여기에다 일부에서는 해를 넘겨서야 시장 회복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오고 있어 업계 내 위기의식은 더욱 고조되고 있는 실정이다. 마이너스 성장을 면하지 못하고 있는 중소업체들의 경우 불안감은 더 하다. 일부에서는 중소업체들이 인력 감축, 사업 부문 축소 등 다급한 처방에 나섰지만 결국 줄도산을 면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레 불거지고 있다. 현재의 위기를 여행업계 전문가들은 어떻게 진단할까. 고물가로 인한 소비침체가 가장 큰 원인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으나 외환위기 이후 10년간 곪아터진 공급 과잉도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IMF 위기로 기존 대형 여행사들이 정리된 후 10년간 여행시장은 신규 진입자들로 다시 한번 들끓었다. 지난 2007년 현재 일반 여행사로 등록된 업체만 무려 1만여개다. 업체 난립 속에 시장은 자정능력을 잃어갔고 제살 깎기식 가격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가운데 저질 서비스로 소비자들의 원성을 샀다. 현시점에서 여행업계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해보인다. 경쟁력을 잃은 일부 업체들은 통폐합을 거쳐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한편 남은 주자들은 수입 구조를 다각화하고 명확한 정체성을 갖는 데 주력해야 한다. 미국 역시 소비침체와 항공권 제로컴(발권 수수료를 0%로 인하하는 것) 도입 등으로 30% 이상의 여행사가 통폐합됐지만 시장 건전화라는 큰 수확을 얻었다. 1997년 외환위기를 발판 삼아 제2의 도약기를 맞았듯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여행업계에 찾아온 위기 상황에 필요한 것은 체질 개선이다. 특화된 영역 없이 난립했던 중소 여행사들의 통폐합과 구조조정으로 업계가 시장 환경에 상관없이 한파를 견뎌낼 수 있는 체질강화에 나서야 한다. 위기를 발판 삼고 특성화를 무기 삼아 기회를 거머쥐는 주자는 늘 있기 마련이다. 위기는 곧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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