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토종자본 M&A'로 외국에 헐값매각 차단

■국내 대기업이 만든 기업사냥 펀드 나온다<br>국내외 자본 동등한 경쟁 자격 부여 의미도<br>"고객돈으로 타기업 인수" 논란도 불가피 할듯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에 대해 사모투자펀드(PEF)를 통해 기업 사냥에 나설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한 이면에는 금융위기에 따른 실물경기 침체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금융불안이 실물시장에 옮겨붙으면서 중소기업은 물론 중견기업도 워크아웃ㆍ법정관리 등 퇴출위기에 처해 있는데 국내에서는 이를 살 만한 자본이 대기업밖에 없다는 인식이 그것이다. 김학현 공정위 경쟁정책국장은 “국내 시장에서 여유자금을 갖고 있는 것은 대기업”이라며 “이들 토종 대기업 자금을 기업 구조조정시장에 끌어들여 우리 기업이 외국자본에 헐값으로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논란도 남아 있다. 대기업들의 거의 대다수는 보험ㆍ증권 등 금융기관을 보유하고 있다. 결국 고객 돈으로 타 기업을 인수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대기업, 토종자본 끌어들인다=상호출자제한기업 집단(자산 5조원 이상)은 한국 산업자본의 7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올 10월 말 현재 삼성ㆍ현대자동차ㆍSKㆍLGㆍ롯데 등 총 41개 집단이 지정돼 있다. 이들이 거느리고 있는 계열사도 1,050개에 이른다. 통계청 분류를 보면 대기업은 총 4,000여개. 사실상 이들 자산 5조원 집단이 한국 기업의 부를 쥐고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현행 공정거래법이 이들 상호출제제한 기업집단에 대해 기업 구조조정시장에 사실상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 구조조정시장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통상 PEF를 결성한다. 하지만 현행 공정법은 이들 기업 집단이 자체 계열사 자금을 동원해 만든 PEF에 대해서도 제조업 인수시 의결권을 15%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실물경기 침체가 가속화하면서 건설사ㆍ중소기업은 물론 중견기업도 경영난에 봉착하면서 인수합병(M&A) 매물이 대거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상호저축은행ㆍ캐피털 등 제2금융권 매물도 대거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상태다. 결국 이들 구조조정용 매물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막강한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아울러 현재 외국자본이 결성한 PEF의 경우 아무런 제약 없이 국내 기업을 인수할 수 있다. 국내 자본은 규제에 묶여 움직이지 못하다 보니 외환위기 때나 현재나 외국자본이 국내 알짜 기업을 사들이고 있는 상태다. 토종자본과 외국자본이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는 것도 한 목적이다. ◇고객 돈 타 기업 인수, 논란도 남아=공정위는 세부 논의를 거쳐 입법예고 시기를 결정할 계획이다.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공정거래법을 바꿔야 하는데 상황에 따라서는 규제완화가 빨리 시행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또 PEF에 대해 의결권 제한을 유예하는 일정 기간도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는 방침이다. 즉 5년 혹은 8년 등을 정한 뒤 이 기간 동안 기업을 팔지 못하면 추가로 1년이나 2년 등을 연장할 수 있는 것이 그것이다. 단 법 개정 과정에서 논란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5% 의결권 제한을 둔 이유가 대기업들이 자체 보험사 등 고객이 맡긴 돈을 활용, 지배력 확장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즉 PEF에 대해 의결권 제한을 유예하면 보험ㆍ증권 등 금융 계열사를 거느린 대기업들이 고객이 맡긴 돈으로 기업 사냥에 나설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현재 상호출자제한기업 집단 소속 기업의 경우 거의 대다수가 보험ㆍ증권ㆍ상호저축은행 등 금융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41개 집단이 소유한 금융ㆍ보험회사는 66개에 이른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재 PEF에 대해서는 보험회사 등 누가 출자했든지간에 의결권 제한을 일정 기간 유예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며 “하지만 고객 돈 등의 남용을 막기 위해 혜택을 받은 PEF에 대해 일정 조건을 부여하는 것도 검토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배기자 ljb@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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