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미국비자 받으려면 사생활까지 써내라"

여행객들 "테러범 취급 인권침해" 비난미국이 '9.11 테러'이후 입국 비자신청양식을 너무 까다롭게 요구해 여행객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특히 최근 강화된 신청양식에는 최근 6개월치의 봉급통장 사본과 군 경력 특기사항에다 가족사항, 과거에 활동했거나 활동중인 사회단체 등을 요구해 사생활 침해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게다가 올해 4월부터는 미국에 유학하려는 학생들의 경우 관광이나 방문비자로 입국해 현지에서 학생비자로 전환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금지돼 현지 체류자와 유학 준비생 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 '한국인을 테러범 취급'반발 미국 여행을 위해 최근 여행사를 통해 미 대사관에 비자신청을 했던 H모(37)씨는 3번이나 깜짝 놀랐다. 첫번째는 7~8종에 달하는 구비서류를 준비하라는 것이었고, 두번째는 신원 기재 내용이 사생활을 침해하는 것들 이였으며 세번째는 이런 서류를 모두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비자발급을 우려하는 여행자 관계자의 전화를 받았기 때문이다. H씨는 "비자신청서류도 까다로울 뿐더러 양식에 군경력과 최종학력, 전 직장 등을 기재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미국이 한국인을 싸잡아 불법체류범 이거나 테러범으로 취급하는 것 같아 기분이 상했다"며 "봉급통장을 복사해 제출하라거나, 최종학력, 구체적인 군 경력까지 묻는 것은 인권침해 요소 마저 있다"고 비난했다. 미 대사관측은 지난달부터 군 특수교육 여부 등 기재 항목이 늘어난 새로운 비자신청 양식에는 ▦병기ㆍ화약ㆍ핵ㆍ화생방 등 특수기술이나 교육 내용 ▦병역의무 수행과 복무한 나라, 군 종류ㆍ지위ㆍ주특기ㆍ병역기간 ▦전쟁과 같은 무력충돌 개입여부 등의 기재를 요구하고 있다. 또 지난 10년간 방문했던 국가 및 방문연도, 여권을 발급 받은 국가, 이전에 근무했던 직장 2곳, 현재 참여하고 있거나 과거 참여했던 사회단체, 초등학교를 제외한 학력 사항 등도 새로 추가됐다. ◇ 방문비자 유학생 귀국채비 지난달부터 강화된 미국체류 요건과 비자전환 금지조치로 유학생은 물론 현지 체류인도 곤란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미국 이민귀화국(INS)이 상용(B1) 및 방문(B2) 비자의 체류 기간을 6개월에서 1개월로 단축하고 체류기간 중 비자형식을 바꿀 수 없도록 한 것이다. 방문비자를 받아 워싱턴에 머물며 유학 준비를 하고 있는 K모(25)씨는 전화통화에서 "현지 상황을 둘러본 뒤 학교를 정하고 학생비자로 전환하려 했는데 미국이 비자 관련 규제를 대폭 강화하면서 이 계획 실현이 불가능해 졌다"며 "테러방지라는 명분은 좋지만 규제를 강화하려면 유예기간이 있어야 할 것 아니겠냐"고 항변했다. 한 유학원 관계자는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려면 한국에서 학생비자를 발급 받아야 한다"며 "이번 조치가 발표된 후 미국유학을 포기하고 캐나다, 뉴질랜드 등 다른 영어권 국가로의 유학 상담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최석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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