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한국 휴대폰, 미래는 있다] <상> 그래도 프리미엄이다

디자인·기능 차별화 땐 승산<br>신흥 시장서 저가·물량 경쟁 펼치기 보다<br>컨버전스 분야 특화 등 우리장점 활용 필요<br>수요 미리예측, 히트폰 개발 노력도 병행을



올 들어 우리나라의 휴대폰 산업이 주춤거리고 있을 때 이빨 빠진 호랑이로 여겨지던 모토로라는 공전의 히트 제품인 ‘레이저’를 앞세워 시장 2위를 노리던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두 배로 벌렸다. 노키아 역시 부동의 시장점유율 30%대를 지키면서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소니에릭슨은 2분기 들어 LG전자를 5위로 끌어 내리며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의 휴대폰 산업은 승승장구 했지만 최근 들어 뒤쳐지는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국내 휴대폰 업체가 고전하고 있는 이유와 함께 시장 반전을 위한 대안을 2회의 시리즈를 통해 모색해 본다. ◇프리미엄 전략 여전히 유용= 국내 휴대폰 업체들이 올 들어 부진을 겪는 가장 큰 이유로 인도 등 신흥시장에 대한 공략 실패가 지목되고 있다. 노키아와 모토로라가 대당 30~50달러 수준의 저가 폰으로 시장 점유율을 크게 키워가고 있는 반면 국내 업체들은 프리미엄 전략만 고수하다 저가 신흥시장의 주도권을 상실했다는 것. 이 같은 지적은 한쪽 측면에서만 타당하다. 삼성전자나 LG전자와 같은 대기업들조차 노키아와 모토로라에 비하면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데다 원가구조도 열악하다. 신흥시장에서 이들과 가격 및 물량 경쟁을 벌인다면 이익도 남지않고 경쟁도 되지 않는다. 50달러 이하의 휴대폰에서는 단 1달러의 차이로도 힘겨운 상황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100달러 이상의 휴대폰에서는 가격이 조금 비싸도 디자인과 기능에서 차별화를 꾀하면 경쟁을 벌일 여지가 있다. 특히 500달러 이상의 고가 시장에서는 국내 업체들이 경쟁업체에 비해 강점을 지니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정보기술(IT)의 큰 흐름인 컨버전스에서 경쟁사들에 비해 유리한 위치에 있다. 가전 사업부를 가지고 있는 삼성전자나 LG전자는 통신사업만 하고 있는 노키아, 모토로라에 비해 발 빠르게 컨버전스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 소니에릭슨이 회생의 발판을 만들 수 있었던 것도 소니의 워크맨이 발판이 되었다는 점에서 국내 업체들이 경쟁력을 지니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또한 세계 첫 상용화를 이룬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방식을 비롯해 3세대 이동 통신인 초고속데이터전송기술(HSDPA) 등 다양한 통신환경을 갖추고 있는 국내 여건도 휴대폰 제조사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원천이 되고 있다. 국내 시장이 테스트 베드 역할을 하고 있어 다양한 기술을 미리 적용해보고 이를 세계시장에 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 맞춘 히트폰 필요= 하지만 기술력만 가지고 히트폰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시장이 한참 성장기로 향할 때에는 첨단기술만 가지고도 시장에 충격을 주고 새로운 트랜드를 만들어 낼 수 있다. 휴대폰에 카메라 기능을 집어넣은 것이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시장이 성숙기를 지나면 기능의 차별화는 큰 역할을 하지 못한다. 1,000만 화소 카메라폰이 개발됐음에도 여전히 130만~200만 화소대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도 시장의 수요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달 시장조사 기관인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휴대폰 사용인구 중 60%는 휴대폰으로 사용하는 기능이 문자발송, 카메라, 게임, 블루투스 등 단 네 가지 뿐이라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휴대폰 업체들의 기술이 어느 정도 평준화 되면서 단순히 ‘세계 최초, 세계 최고’의 기술이라는 것으로는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결국 시장의 요구를 미리 읽고 이를 맞춘 기능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철저한 사전 시장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휴대폰은 기획에서 출시까지 짧아도 10개월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장의 흐름을 미리 읽을 수 있는 전문적인 시장조사 인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철저한 시장조사를 바탕으로 기능과 디자인에 역량을 집중하고 제품 출시 이후부터는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통해 히트폰을 만들어 내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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