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2월 9일] 참 딱한 국민

소득세ㆍ법인세 감세철회 논란은 등장할 때부터 정치적 고려를 담고 있었던 같다. 오는 2012년 적용할 일을 지금 정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의미가 없다. 그런데도 한나라당이 구태여 감세철회 논란을 키운 것은 '부자 감세' 라는 반대파의 비판을 벗어날 수 있다는 정치적 계산에 따른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이런 해석을 감세 철회를 주장한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 측도 인정했다. 세금은 국민 모두의 납세의무의 결과물이자 소득재분배를 통해 공정을 실현하는 기능을 담고 있다. 정치를 떼고 경제만 놓고 보자는 주장은 이론은 옳을지 몰라도 현실에서는 틀렸다. 그렇다면 이번 논쟁이 3개월 만에 소동으로 끝난 책임은 정치권이 져야 할 터다. 소동을 되짚어보자. 감세 논란이 힘을 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 9월 한나라당 지도부인 정 최고위원의 제안이 나온 뒤다. 여야가 경쟁적으로 복지를 확대하던 때라 재원을 확충하고 공정 사회도 구현한다는 명분에 여당이 공감하기 시작했다. 더 나아가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법인세의 경우 감세를 철회하지 않고 소득세는 최고구간을 신설해 현행 최고세율(35%)을 매기되 그 아래는 감세를 하자며 대기업과 일부 고소득자까지 아우르려 했다. 한나라당이 너무 나갔다고 느낀 것은 이때부터다. 새로 만든 소득 최고구간 1억에서 8,800만원 사이에 있는 소득자는 극히 일부여서 당 지지자도 그만큼 적다. 세법 체계에 맞지 않는다는 경제학의 지적은 접어놓고라도 정치적으로 실패한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절차다. 당 지도부는 당내 의원 전체의 의견을 수렴하는 의원총회를 약속했다. 그러다 북한의 연평도 도발 사태에 대처하다 연말을 맞았다. 연말에 새해 예산안을 단일대오로 처리시켜야 할 책임을 가지고 있는 지도부에 중구난방 의견이 난무하는 의총은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결국 지도부는 여유가 없다며 의총 없이 단 5명에 불과한 국회 기획재정위 소위에 맡겼다. 7일 표결처리 하겠다고 확언도 했다. 그러다 당일 재정위 전체회의에서 '여의도 대통령'이라고 불리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반대에 부딪쳐 논의 자체가 물 건너갔다. 의회의 다수를 점한 집권당이 절차 하나를 지키지 못해 무너진 딱한 모습이다. 하지만 그런 한나라당의 '원맨쇼'에 3개월 간 혼란에 부대낀 국민의 마음은 누가 달래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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