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만 신용불량자 가운데 절반이 2,30대 청년층이라는 사실은 한국사회의 미래가 무너지고 있음을 말한다. 특히 극심한 구직난으로 `청년실업`과 맞물려 구직을 포기하는 청년들이 늘어나는 현실은 사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오늘날의 20,30대가 10년후에 30,40대로 성장해 한국사회의 중추를 이루게 될 때 한국의 코드는 `실업과 신용불량, 자포자기`가 될 것이라는 비관론도 나오고 있다.
청년층의 문제는 사회문제의 압축판이라고 할 수 있다. 분수를 모르는 과소비와 정부의 근시안적 정책, 금융회사의 얄팍한 장삿속, 경기침체가 맞물린 결과다. 일자리와 수입이 없는데도 돈을 과거처럼 쓰다 보니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고 결국 희망까지 포기하는 악순환이 거듭되는 구조다. 최공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한국경제는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위한 성장에너지를 상실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청년실업ㆍ신용불량 갈수록 악화=4월말 현재 20대와 30대 신용불량자는 각각 60만3,000명과 90만3,000명. 전월보다 2만8,000명(4.9%), 3만8,000명(4.5%)씩 늘었다. 전월대비 전체 신용불량자 증가율 4.37%보다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변제능력도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청년실업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ㆍ4분기중 서울시의 청년(15∼29세) 실업률은 9.5%로 전분기의 8.3%보다 1.2%포인트나 뛰었다. 이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1.9%, 99년 10.5%에 근접하는 수준이다.
내용은 더욱 나쁘다. 정상적인 경제주체, 즉 가계나 기업, 국가의 경우 수입이 줄면 지출도 줄여야 한다. 그러나 한국의 청년층은 실업이 느는데도 씀씀이는 줄이지 않거나 과거의 과소비를 지속하고 있다. 결국 신용불량자로 전락한다. 실업과 신용불량이 동시에 늘고 있다는 점은 `일단 쓰고 보자`라는 풍토가 만연돼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미처 인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청년층이 집단적 `도덕적 해이(Moral Hazard)`에 빠져 있는 셈이다.
◇정부 대책 약발 먹힐까=정부가 다음주중에 발표할 서민ㆍ중산층 생활안정대책의 주요내용이 청년대책으로 채어져 있다는 점도 실업증가→부채증가→신용불량증가→절망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구조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청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실업을 해소하는 한편 자력으로 신용불량에서 헤어나는 길을 찾아 준다는 게 청년대책의 핵심이다. 정부는 당초 2,300억원으로 잡았던 청년실업 관련예산을 5,000억원으로 늘리고 약4만4,000여명에 이르는 중소기업 직장체험프로그램을 실시하며 청년실업자를 고용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보조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그러나 정부대책의 약발이 먹힐 지는 미지수다. 나열식 단기처방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인력수급에 관한 보다 근원적인 대책이 병행되지 않는 한 경기부침여부에 따라 지금과 같은 청년문제가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는 구조를 안고 있는 것이다. 한국노동연구원 정인수 연구위원은 “대학에 가기 위한 사교육비 투입이 엄청나게 늘었지만 대학교육과 졸업생의 질은 오히려 떨어졌으며 고등실업자만 양산하는 교육시스템이 근본적인 문제”라며 “정부와 교육계, 학부모가 머리를 맞대고 직업교육의 활성화와 대학교육 체제의 개편방안을 마련하지 않고는 아무리 많은 예산을 투입해도 효과는 단기에 그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권홍우기자 hongw@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