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입찰가격이 승부를 갈랐다”
현대건설 매각을 담당했던 채권단 관계자의 전언이다. 채권단에 따르면 현대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 모두 시장 예상 보다는 1조원을 웃도는 5조원 이상의 가격을 써냈다. 하지만 인수의지가 더 강했던 현대그룹이 현대자동차그룹에 비해 수천억원 가량 높게 베팅하며 희비가 엇갈렸다. 금융계 안팎에서는 현대그룹이 현대자동차그룹 보다 5,000억~8,000억원 가량을 더 높게 썼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채권단 한 관계자는 “두 그룹이 써낸 입찰가격이 비슷했다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걸렸을 것”이라며 “가격이 워낙 차이가 났던 만큼 상대적인 비교 보다는 현대그룹이 얼마나 확실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지에 평가의 초점이 맞춰졌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채권단은 당초 충분한 검토시간을 거친 뒤 이날 오후에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할 계획이었지만 계획을 수정해 발표시각을 오전 11시로 앞당겼다.
채권단의 심사기준은 경영계획, 자금조달 등 크게 4분야로 나뉘었으며 구체적인 평가항목은 20~30개에 달했다. 평가항목은 가격적요소 3분의2, 비가격적요소 3분의1로 구성됐으며 개별 항목에 대해 실제 확인을 거치는 등 꼼꼼하게 평가를 했다.
평가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현대그룹이 해외에서 조달하겠다고 밝힌 자금출처에 대해 채권단의 모든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일일이 확인했다”며 “‘승자의 저주’를 피하기 위해 숫자 하나하나에 집중하면서 밤을 샜기 때문에 아침에는 관계자들의 심리상태가 다소 예민해졌을 정도”라고 전했다.
채권단은 이번 지분매각에 성공하면 수치적으로는 4조원이 훨씬 넘는 매각차익을 거두게 된다. 만약 현대그룹이 5조원 중반대의 가격을 써냈다면 주당 가격은 14만1,000원으로 각 은행들이 취득한 평균 단가인 2만원의 7배로 매각차익은 4조7,200억원에 달한다. 만약 입찰금액이 5조원 후반이라면 5조원 가량의 시세차익도 가능한 셈이다.
이에 대해 채권단은 “산술적인 계산일 뿐 실제 차익은 훨씬 적다”고 밝히고 있다. 채권단이 현대건설의 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2001년 정부가 공적자금 9,000억원, 채권단이 2조1,000억원을 투입한데다, 2003년에는 9.05대1의 무상감자를 단행했기 때문이다. 또한 9년간의 기회비용을 감안하면 이번 매각가격은 실망할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대박’은 아니라는 게 채권단의 공통된 정서다.
채권단 한 관계자는 “각 금융기관들마다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포괄적으로 손익계산은 다시 해봐야 한다”면서도 “추가로 투입된 자금이 있고 기회비용도 있기 때문에 이번 매각으로 인한 수익이 4조~5조원에 달한다는 계산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