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등 불법복제에 대응 길 열려
법원 "해외 저작권침해 재판권 한국에 있다 " 첫 판결
이재철 기자 humming@sed.co.kr
해외 소송 부담 때문에 저작권 침해 눈뜨고 당했던 중소기업들 권리보호 장치 마련돼
국내에 연고가 없는 외국업체가 해외에서 국내 저작권을 침해했다 하더라도 이에 대한 재판관할권은 대한민국 법원에 있다는 최초의 판결이 나왔다. 통상 해외에서 발생한 외국회사의 국내업체 지적재산권 침해사건은 ‘침해사건이 발생한 지역’의 법원에 국제재판관할권이 부여되는 게 국제적 기준이었다.
이 때문에 상당수 국내 기업들이 중국 등 해외에서 불법복제 등 자사의 지재권 침해 피해를 겪고도 외국법원에서 소송을 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벙어리 냉가슴’만 앓아왔다. 따라서 이번 판결로 국내 기업이 해외 업체를 상대로 국내 법원에서 소송을 제기, 권리 구제를 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셈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11부(재판장 정영진 부장판사)는 지난 6월 국내 시나리오 작가 김모씨가 “자신의 허락도 없이 시나리오 내용을 도용해 영화를 제작했다”며 미국의 유명 영화제작사인 드림웍스 등을 상대로 낸 저작권침해 금지 소송에서 “이 사건 저작권 침해에 대한 판단은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계’가 있는 만큼 대한민국 법원에 국제재판 관할권이 인정된다”고 판결했다고 11일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드림웍스사의 저작권 침해 여부에 대해서는 “원고가 만든 시나리오와 특별한 유사성이 없다”며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 드림웍스는 대한민국에 사무소 등의 주소가 없고 저작권 침해의 발생지도 미국임을 들어 대한민국에 국제재판 관할권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문제의 영화가 실제 대한민국에서 배포ㆍ상영된 만큼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대한민국의 영화시장 규모는 이 사건 영화를 개봉한 일본ㆍ캐나다에 비해 작지 않아 손해 규모가 미미한 수준은 아닐 것으로 예상된다“며 “더구나 대한민국은 세계무역기구(WTO)의 지적재산권 협정 및 베른협약의 적용을 받고 있어 드림웍스가 국내 법원의 소송에 응하는 게 특별히 부당하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시했다.
이와 관련 원고측 변론을 맡았던 법무법인 아람측은 “마침내 외국에서 발생한 지재권 침해 사건을 국내법원이 재판할 수 있다는 최초의 판례가 나왔다”며 “그간 해외에서 발생한 지재권 침해 피해를 눈뜨고 당해던 힘없는 중소기업들에게 특히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결 의미를 설명했다.
이번 판결은 원고가 고등법원에 항소하지 않아 해외 저작권 침해사건의 대한민국 재판 관할권을 인정한 첫 판례로 확정됐다.
입력시간 : 2005/09/11 16: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