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强달러 전환 기대는 이르다

최근 달러화 약세 주춤 현상하락속도 약화 '연착륙 과정' 美 쌍둥이 적자가 변수될듯 끝없이 떨어질 것 같던 달러화가 지난 주 초반을 기점으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달러화에 대한 유로 환율이 지 지난 주 29개월 만에 1달러 선을 돌파한 후 다시 하락했고 엔화 역시 116엔 선에서 안정을 되찾고 있다. 물론 지난 26일 달러가 급락하기는 했지만 주 전체로 달러가 꾸준한 반등을 보이자 이것이 혹시 상황의 반전이 아닌가 하는 기대가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그 동안 미국 금융시장의 불안은 '주가와 환율의 동시 하락'으로 특징지어 졌는데 이중 한 축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달러화에 대한 전망을 하기 전에 왜 최근 들어 달러 약세가 주춤해진 것인지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세가지 이유를 찾을 수 있는데 첫째가 미국으로의 자금 유입과 달러 약세를 막기 위한 선진국의 공조다. 미국 투자자들은 대략 2조 5,000억 달러에 달하는 해외 증권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주가가 하락하는 초기만 해도 해외시장에서 활로를 모색하는 투자가 늘어났지만 이제는 미국 국내투자에서 발생한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덜 떨어진 해외 주식을 매각해 미국 내로 들여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수요가 늘어나 자연히 달러가 강세로 전환한 것이다. 달러 약세를 막기 위한 선진국 중앙은행의 공조 또한 상당히 역할을 하고 있다. 일본은행이 약 400억 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달러 약세 방어에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미국의 월간 경상수지 적자 규모와 맞먹는 수준이다. 둘째는 달러화 단기 급락에 따른 기술적 반등이다. 국제 외환시장에서는 달러화 가치가 지나치게 급락해 단기적으로 과매도 국면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중장기적으로는 경제력 격차 해소ㆍ 고달러화 정책 수정 같이 달러를 약세로 끌고 갈 수 있는 요인이 산적해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미국 금융시장과 관련한 각종 악재들이 필요 이상으로 확대 해석되면서 경제와 환율의 격차가 일시적으로 벌어질 경우 예기치 못한 반전이 나올 수 있는데 국제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이 경우 잘못하면 큰 손해를 볼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다 보니 헤지펀드들이 달러화 공매도를 청산하려는 움직임이 일부 나타나고 있고, 이런 수요가 단기적으로 달러의 하락을 진정시키고 있는 것이다. 셋째는 미국 경제의 펀드멘털이 비관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최근의 각종 불안 요인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경기회복 기조 자체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반면 일본은 1ㆍ4분기의 견실한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장기 지속적인 회복 여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유럽연합(EU) 역시 마찬가지다. EU는 수출에 의존해 경기를 회복할 수 밖에 없는데 이런 상황에서 현재의 환율 강세는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또 미국시장을 강타하고 있는 각종 기업 회계 파문이나 실적 불안이 EU라고 예외가 아니며, 주식시장 역시 유럽증시가 미국보다 오히려 극심한 침체를 보이고 있다. 지난 1년간 S&P 500 지수가 31.16%의 하락세를 보인 반면 다우존스 스톡스 유럽 50 지수는 34.61%가 떨어지는 약세를 면치 못한 것을 보면 유럽이라고 미국보다 나을 것이 없다. 그럼 앞으로 달러화는 어떻게 될까. 상황이 다소 개선됐을 뿐 아직 달러의 강세 전환을 기대하기 힘들다. 무엇보다 그동안 달러 약세를 초래했던 펀더멘털 요인이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고 회계 비리나 주가 약세 같은 금융시장 불안 부분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상황이 더욱 어려워졌는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무역수지 적자와 5년만에 적자로 돌아선 재정수지 문제로 인해 '쌍둥이 적자' 문제가 불거져 달러화 리스크는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최근의 달러 강세는 방향 전환에 대한 기대보다 하락 속도를 약화시키면서 연착륙에 들어가는 과정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달러 약세가 이어질 경우 우리 주식시장에는 환율이 여전히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지난 80년 이후 우리나라는 86년~89년과 91년~93년ㆍ98년에 세 번 원화 절상을 겪었다. 환율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전기와 자동차 주식을 대상으로 조사해 보면 86년~89년에는 환율 절상기간 내내 이 주식들이 시장대비 약세를 보였으나 90년대에 들어와서는 영향을 받는 기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 이는 우리 기업들이 환율 변화에 내성이 생기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이런 현상은 일본에서 더욱 뚜렷이 나타나고 있는데 3번의 엔화 강세 기간 중 환율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시간이 갈수록 약해지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업종별로는 다른 모습이 나타났는데 전기전자 주식은 86년~89년에는 환율이 강세였던 전기간에 주가가 종합주가지수를 밑돌았지만 90년대에 들어서는 환율 강세가 나타나는 초기에만 시장을 밑돌 뿐 주가가 빠르게 회복됐다. 전기전자와 달리 자동차는 90년대에도 원화가 강세인 동안 지속적으로 시장지수를 밑돌아 환율에 관한 한 자동차가 전자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최근 전개되는 환율변화에 따른 업종별 민감도를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