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만한 영화] '오버 더 레인보우'누구를 사랑했는지는 기억하되 얼마나 사랑했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도시인들. 기억은 있으되 추억은 잃어버린 현대인들. 사랑과 기억에 관해 질문을 던지는 영화가 있다.
17일 개봉하는 '오버 더 레인보우'(제작 강제규필름)가 그것으로 기억상실증에 걸린 한 남자가 사랑의 기억을 찾아가는 여정을 담고 있다. 20대 청춘 남녀들을 위한 잘 빚은 소품이다.
방송국 기상캐스터인 진수(이정재). 교통 사고를 당한 뒤 정상적으로 업무에 복귀한 그에게 부분 기억상실증이라는 증세가 찾아온다.
친구의 애인이 1년 전 죽었다는 것도 잊고 "둘이 결혼 안하냐"라고 물어봤다가 친구를 당황하게 만든다. 지난 8년 간 혼자서 가슴앓이를 했던 여자가 있었다고 하는데 그녀가 누구인지 도무지 머릿속에 상이 맺히질 않는다. '레인보우'라고 적힌글귀와 함께 흐릿한 실루엣만 담긴 그녀의 사진이 그의 기억을 대신할 뿐이다.
"선배가 짝사랑하던 여자요? 광고학과 학생이었죠." "네가 사랑하던 여자라면 그 무대 위의 여왕밖에 없지."
좋아했던 사람은 한 사람이었던 것 같은데 친구들은 제각각 다른 여자를 이야기한다.
지하철 유실물센터 직원 연희(장진영). 진수의 절친한 친구인 상인(정찬)과 캠퍼스 커플이었지만 그에게서 이별을 통보 받고 괴로워한다.
대학을 졸업한 뒤 오랜만에 우연히 재회한 진수와 연희.
'도대체 내가 사랑했던 여자는 누굴까?'궁금해하는 진수를 위해 연희가 기꺼이 그의 기억여행에 동참하면서 둘 사이에 미묘한 감정이 싹튼다.
영화는 10년전 대학시절 두 사람이 몸 담았던 '메모리즈'라는 이름의 사진 동아리 방과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현실 사이를 부지런히 오간다.
마치 스타들의 추억 속 인물을 찾아가는 모 TV 프로그램처럼, 주변 인물들에게 묻고 물어 찾아가는 과정은 험난하다.
그가 찾던 여자는 아슬아슬하게 피해간다. 숨은그림 찾기 하듯이 스릴이 있고 매끄럽게 진행돼 관객은 정작 두 사람이 어떻게 엮어질지에 관심을 배가한다.
기상캐스터인 이정재가 '과거를 전하는 딱딱한 뉴스와 미래를 이야기하는 기상예보는 달라야 한다'며 영화'사랑은 비를 타고'의 진 캘리처럼 빗 속에서 경쾌한 탭댄스를 추며 일기예보를 하는 장면 등 몇몇 관객을 위한 맛뵈기가 있다.
공포영화'소름'을 통해 단번에 충무로 유망주로 떠오른 장진영은 예쁘게 보이려 하기보다는 귀엽고 풋풋한 매력을 보이려는 노력이 있다.
'퇴마록'의 조감독 출신인 안진우 감독의 데뷔작이다.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두 남녀가 어떻게 만나 어떤 일을 겪었나 하는 사건 위주의 사랑이야기보다 두 사람이 만나 서로에게 '물들어가는'심리를 세밀하게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는데, 어느정도 어필한듯 싶다.
박연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