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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vs 영화계… '디지털 시네마' 갈등
대당 1억대 디지털 영사기 도입費싸고 대립대형극장들 "제작·배급사가 부담해야"
김지아 기자 tellme@sed.co.kr
필름 없이 영화를 상영하는 '디지털 시네마'가 대기업 계열 극장과 영화계 간에 이해가 엇갈리며 갈등을 빚고 있다. 극장업계 1ㆍ2위인 CJ CGV와 롯데시네마가 제작사측과의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채 기계 한 대당 1억원 안팎이 소요되는 디지털 영사기 도입을 추진하고 있어 영화계가 반대하고 나섰다.
◇CGVㆍ롯데, 연내 디지털 장비 500여곳 설치 = 극장 디지털화는 디지털 영사기를 극장에 도입해 필름 대신 컴퓨터 파일로 영화를 상영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위해 CGV와 롯데시네마는 지난해 1월 50%씩 투자해 디지털 영사기 보급을 목적으로 한 ㈜디시네마오브코리아(이하 DCK)를 설립했다. DCK는 연말까지 국내 극장에 500여대 안팎의 영사기를 설치할 예정이다.
디지털 상영관이 도입되면 필름 프린트 제작 비용(1벌당 200만원 안팎)을 절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668개 관에서 상영되는 봉준호 감독의 '마더'의 경우 약 13.4억원(668×200만원)의 프린트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극장측이 디지털 영사기를 도입하면서 '가상 프린트 비용(VPF·Virtual Print Fee)'을 제작사에 요구해 장비 도입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영화계 '대형 극장 횡포' vs 극장 '미국도 선례'= 극장 측이 영화계와 합의하지 않은 채 장비 도입을 강행할 뜻을 굽히지 않음에 따라 제작사와 배급사는 한 목소리로 '대형 극장의 횡포'라고 반대입장을 표하고 있다. 심지어 CJ의 계열사인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조차 VPF에 찬성하지 않고 있다. 국내 배급사 한 관계자는 "극장이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면서 공급자에게 돈 내라는 게 말이 되냐"며 "영사기는 극장측 자산인데 그 비용을 분담하라면 발생하는 수익도 분담해야 형평에 맞다"고 지적했다. 이에 극장업계는 "미국의 경우 장비 도입을 위해 영화 제작사와 배급사가 비용을 분담했다"며 "필름 프린트에 들어가는 비용이 절감되는 만큼 일정 금액을 부담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맞서고 있다. 결국 양측은 디지털 시네마 도입에 대한 필요성은 공감하고 있지만 필름 당 200만원의 프린트 비용이 절감되는 비용을 놓고 서로 손해를 덜 보겠다는 입장이다.
영화계는 극장 측과 합의 후 비용을 지불하겠다고 하는 반면 극장 측은 일방적으로 현재 필름값의 60∼70%를 VPF로 요구하고 있어 합의점 없이 디지털화가 강행되고 있다. 영화계 관계자는 "미국 배급사가 VPF에 합의한 건 필름 이송에 물류비가 많이 들어가 디지털 시네마 도입에 따른 수익이 배급사에 훨씬 많았기 때문"이라며 "한국 실정과 맞지 않은데도 따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화계는 VPF가 도입되고 비용을 부담하게 되면 향후 극장 측과 조율한 뒤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여한구 한국제작가협회 부회장은 "DCK설립 당시 공정위에 제소했는데 아직 도입 전이라 제재를 할 수 없다는 답을 들었다"며 "당장 다음 달부터 합의되지 않은 VPF를 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아직 영화계 측으로부터 민원이 들어온 게 없다"면서도 "법의 테두리 내에서 불공정하다고 판단되는 사항이 있을 경우 적극 검토해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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