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7월 15일] 소상공인은 '동네 북'인가
강창현(성장기업부장) chkang@sed.co.kr
한 달 전 태안에서 아이 앞으로 편지 한 통이 왔다. 지난 겨울 기름띠 제거 작업에 참가한 것을 감사하는 내용과 함께 태안 지역의 모든 해수욕장과 숙박료를 할인해준다는 스티커가 들어 있었다.
청정구역이라고 자신하던 서해안에 갑작스럽게 기름띠라는 흉물이 덮쳤을 때 그들은 일손을 놓고 하늘을 원망했다. 다행히 수십년이 걸려도 힘들다는 환경 복원 작업이 120만여명 자원봉사단의 자발적 참여로 그 충격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
이제 검은 모래가 하얀 백사장으로 탈바꿈했으며 해수욕에 걸맞은 수질과 환경이 회복되고 어류의 안전성도 복원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올 여름장사가 걱정이다. 서해안 주민들은 올 여름 장사가 검은 기름띠의 재앙을 싹 씻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들의 미래를 좌지우지 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태안 주민들 스스로가 자원봉사자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할까.
요즘 우리 경제는 말이 아니다. 10년 전 외환위기 때에 버금간다는 얘기도 곳곳에서 나온다. 고유가에 원자재 가격 상승, 오락가락하는 환율정책으로 대기업까지 정신없을 정도다. 금리도 오름세를 타고, 물가는 천정부지다. 소비는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인플레이션ㆍ스태그플레이션 등 교과서에서나 나올 용어들도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힘든 것이 바로 소상공인이다. 말이 소상공인이지 그들은 자신의 모든 재산을 투자하고 가족을 포함한 몇 명의 노동력으로 살아가는 사실상의 서민이 대부분이다. 샐러리맨의 경우 경제 상황이 어려워도 한 달 동안 열심히 일하면 봉급이 나온다. 하지만 그들은 다르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태에 하릴없이 일손을 놓을 수밖에 없다. 그야말로 ‘동네북 신세’다.
갑작스러운 기름 유출 사고로 전재산을 날릴 위기에 처했던 서해안 자영업자들은 물론 지난 봄에 닥친 조류 인플루엔자(AI)의 여파로 닭ㆍ오리 등 관련 상인들이 한동안 고통 속에서 지내야 했다. 닭 소비가 순식간에 반으로 줄어들었다. 갑작스러운 외풍에 문을 닫아야만 했던 소규모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줄을 이었다. 다행히 정부ㆍ민간단체의 적극적인 시식 홍보로 이제는 어느 정도 회복세로 돌아섰으나 아직도 그 충격을 쉽게 잊지 못하고 있다.
최근 몇 달간 온 나라를 달구고 있는 촛불집회도 마찬가지다. 광우병에 안전한 쇠고기를 수입하자는 대의명분은 논외로 치자. 하지만 광화문ㆍ종로 지역 소상공인들은 그야말로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었다. 이 지역 요식업소들은 촛불시위 이후 매출이 평소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들의 피해는 누가 보상해야 하는지 아직 아무런 답이 없다.
쇠고기 관련 식당도 파리를 날리기는 마찬가지다. 쇠고기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더해지면서 수입 고기는 물론 한우 고기를 파는 가게까지 손님이 줄어들어 울상을 짓고 있다.
북한 경비병에 의한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도 소상공인을 옥죌 수밖에 없다. 금강산 관광이 전면 중단되면서 그와 관련해서 생계를 유지해오던 강원도 속초ㆍ고성 지역의 소상공인 역시 한숨을 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경기가 안 좋고 물가가 오르면 당연히 소비가 줄어든다. 슈퍼마켓ㆍ식당ㆍ미장원ㆍ세탁소 등 우리와 더불어 사는 소상공인들은 사면초가에 몰려 있고 문을 닫는 곳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다. 정부가 이들을 위한 저리 자금지원 등의 노력을 하고는 있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들을 더 힘들게 만드는 것은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외풍이다. 불가항력적인 상황 이라면 사후 대책을 신속하게 마련해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반드시 보호막이 필요하다.
중소기업인들에게 ‘99, 88’이라는 말이 있다. ‘99세까지 88하게 살자’는 유머가 아니다. 국내 업체의 99%가 중기나 소상공인이고, 그 종사자들의 수가 88%라는 얘기다. 모든 경제주체들이 항상 생각해야 할 말이다.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