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韓·中·日 바둑영웅전] 일부러 안 잡은 이유

제7보(85~100)


백86은 프로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수순이다. 흑87로 모양을 갖춘 것은 절대수. 흑이 이 방면에 손질을 게을리했다가는 상변의 흑과 좌변의 흑이 분단되어 양곤마가 될 것이다. “그런데 말이야. 나는 백86으로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보다 아예 백이 87의 자리를 선점하는 게 작전상 낫다는 생각이 드는걸.”(필자) “나쁘지 않은 감각이야. 그 자리를 백이 선점하는 것도 훌륭해. 하지만 지금은 역시 실전의 백86이 더 실속이 있어.”(서봉수9단) 그러면서 보여준 그림이 참고도1의 백1 이하 흑4였다. 백이 패를 함부로 결행하기 어려운 형편이므로 이 진행은 흑의 실속이 돋보인다는 설명이었다. 백86의 진정한 가치는 후속 수순인 백98 이하 100에 잘 나타난다. 이 수단을 내다보고 장쉬는 백86으로 웅크려 힘을 비축한 것이었다. “뭐야. 왜 백이 흑을 살려주는 걸까?”(필자) 참고도2의 백1로 두면 흑이 살길이 없지 않으냐고 필자가 서봉수에게 물었다. “맞는 얘기야. 하지만 장쉬는 일부러 잡지 않은 거야.”(서봉수) “이유가 뭐야?”(필자) 백1(참고도2)이면 흑은 2로 두게 되고 백은 3으로 흑 4점을 잡게 된다. 그러나 흑은 A로 모는 절대선수의 권리를 갖게 되고 선수를 뽑아 다른 요처로 향한다. 백은 후수로 8집끝내기를 한 결과이므로 장쉬는 일부러 안 잡은 것이었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