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일은 17회 약의 날(Pharm Day)이다. 약의 날은 1953년 약사법이 국회에 상정된 날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되었다가 1973년 16회를 마지막으로 보건의 날에 통합되었다. 따라서 올해 약의 날은 30년 만에 부활되었다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약의 날을 맞아 의약품의 올바른 복용법에 대해 알아본다.
임상을 통해 아무리 효과가 좋은 약이라고 하더라도 정확한 복용법을 지키지 않으면 효과를 100% 얻기 어렵다. 미국의 경우 잘못 처방 된 약이나 방법을 어겨 생긴 약화사고로 연간 800억불 이상의 비용이 손실되고 있다. 이는 복약 불이행을 개선함으로써 의료비용 절감은 물론, 치료기간까지 단축시킬 수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어떤 약이든 복용 시 가장 중요한 것은 몸 안에서 약물이 적정 농도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복용간격을 지키는 일이다. 약을 거르면 약효를 발휘할 농도에 이르지 못하게 되고, 지나치게 짧은 간격으로 먹으면 약물의 농도가 너무 높아져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모든 약이 하루 세 번 먹는 것은 아니다. 약물의 특성에 따라서 하루 한번이나 네 번 이상 먹는 경우도 있다. 여러 가지 약이 섞이다 보니 복용 간격도 각각 다를 수 있다. 하루 한번 먹더라도 아침에 먹는 약, 저녁에 먹는 약이 다르다.
◇식후 30분에 먹는 약=대부분의 약은 식후 30분에 먹는다. 복용시간을 식사와 연관 지으면 잊어버릴 염려가 적고, 식후 20~30분 정도면 위에 음식물이 남아 있어 음식물이 소화관의 점막을 보호하며 위 점막에 대한 자극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열진통제처럼 위장장애가 나타나기 쉬운 약은 식사중이나 식후 바로 복용한다.
◇식전 30분에 먹는 약=식사 후 복용하면 약의 흡수가 떨어지거나, 식전 복용할 때 효과가 더 좋은 경우에 선택한다. 그러나 공복 시 복용으로 속이 쓰리거나 거북함이 나타날 경우 식후에 복용할 수도 있다.
◇식간에 먹는 약=식사와 식사 사이 공복 시에 복용하라는 의미로 식사 전과 후 2시간을 의미한다. 음식물과 상호작용을 최소화하고 약효가 빨리 나타나게 하고 싶은 경우에 적용하며 강심제 공복 시 위산에 의한 위장의 자극을 줄이기 위해 복용하는 제산제 등이 대표적이다.
◇일정한 간격으로 먹는 약=일정한 약효를 유지하기 위해서 식사와 관계없이 일정한 시간 간격을 두고 복용해야 하는 약도 있다.
◇특정한 시간에 먹는 약=약효를 최고로 나타나게 하거나 약효가 나타나야 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을 경우에 선택한다. 대표적인 것이 고혈압 약으로 이 약은 맥박수와 혈압이 더 올라가는 아침에 먹는다.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도 마찬가지다. 반면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지질은 저녁에 많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고지혈증 약은 초저녁에 먹는다. 천식은 오전 4시경에 가장 많이 발작하므로 취침 전에 한번 더 먹고 위궤양 약도 밤에 위산 분비가 증가해 자기 전에 먹는다. 변비약도 취침 전에 먹는다.
◇복용법ㆍ간격 잘 지켜야=이처럼 음식의 특정 성분이 약물과 반응해 효과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지만 식사 자체가 약의 흡수에 영향을 줄 때도 있다. 일부 약물의 경우 음식물이 위장에 있으면 흡수가 촉진되는 반면, 지연되거나 떨어지기도 한다. 때문에 원하는 약효를 최대한 얻기 위해서는 올바른 복용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복용 간격 뿐만 아니라 기간도 준수해야 한다. 이는 항생제 내성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증상이 사라졌다고 마음대로 약을 중단하면 죽어가던 병원균이 다시 살아나는 빌미를 제공한다. 요도염이나 성병 치료제를 복용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현상이 많이 나타난다.
결핵약은 최소 6~9개월, 빈혈약은 3개월 이상 먹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요도염과 성병치료제는 수일에서 1주일 정도는 먹어야 하고 경우에 따라 그 이상의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소변검사를 통해 세균의 상태를 확인한 후 약의 중단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상증상이 사라졌다고 치료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박상영기자 san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