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자본시장 새패러다임을 찾아서] 13. 싱가포르

싱가포르는 인구와 국토가 주변국에 비해 월등히 작은 도시국가이기 때문에 금융산업을 생존과 번영을 위한 수단으로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현재 싱가포르 GDP의 30%이상이 금융산업에서 나오고 있다.싱가포르는 인근의 홍콩을 의식하면서 뉴욕, 런던등 선진금융시장과도 대등한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자기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싱가포르 통화청(MAS:MONETARY AUTHORITY OF SINGAPORE)은 이미 97년중반 현물 주식시장과 파생상품시장을 통합, 국제금융시장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99년 12월 1일자로 싱가포르 증권거래소(SES:STOCK EXCHANGE OF SINGAPORE)와 싱가포르 국제통화거래소(SIMEX:SINGAPORE INTERNATIONAL MONETARY EXCHANGE)가 싱가포르 거래소(SGX:SINGAPORE EXCHANGE LIMITED)로 정식 통합된다. 양대 거래소의 통합은 그러나 단순히 현선물 시장을 물리적으로 합친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SGX는 일종의 지주회사다. 홀딩컴퍼니로서 산하에 12개의 크고 작은 거래소, 예탁원, 미국 현지법인들을 보유하고 있다. 현물 거래소인 SES와 선물거래소인 SIMEX가 각자의 분야에서 거래소 기능을 담당하면서 SGX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묶여 국제금융시장의 변화에 따라 기민하게 시장제도를 바꾸고 있다. 싱가포르는 『국제금융시장에 강력한 신규세력이 되기 위해 거래소를 통합한다』고 밝혔다. SGX는 아시아 지역 최초로 회원개방제 시스템을 도입, 최소한의 요건만 얻으면 누구나 거래소 회원이 될 수 있다. 현물거래소인 SES의 경우 53개의 외국기업이 상장돼 있다. 전체 상장사 327개중 16%가 외국기업인 것이다. 우리나라 나스닥처럼 중소형, 벤처기업 주식을 거래하는 세스닥(SESDAQ)에도 81개 기업이 상장돼 있다. 싱가포르는 홍콩에 비해 외환거래가 더욱 발전된 시장이다. 홍콩이 주식, 채권등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면 싱가포르는 외환시장, 파생상품시장에 특화돼 있다. 영국의 베어링 은행을 한순간에 파산시킨 닛케이225 지수선물 사건도 싱가폴의 SIMEX에서 일어났다. SIMEX는 92년부터 일본에 지수선물시장이 개설되기도 전에 닛케이225 지수선물을 거래했는데 95년 베어링 은행 싱가포르지점의 닉 리슨이라는 딜러가 허가도 없이 닛케이225 지수선물에 대규모 투자를 했다가 엄청난 손실을 내 베어링 은행을 파산으로 몰고갔다. 그만큼 싱가포르 금융시장은 국제화돼 있고 서구자본이 머니게임을 하기에 편리한 장치가 돼 있었던 것이다. 거래소 통합으로 올 7월부터는 일반 투자자들도 SGX의 주주 또는 회원이 될 수 있다. 2002년부터는 투자가의 자격을 제한하던 각종 규제들도 철폐될 예정이어서 시장의 유동성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때가 되면 투자등록증을 받은 사람이면 누구나 파생상품거래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2001년부터는 거래수수료도 과거의 고정수수료 제도에서 자율수수료제도로 바뀐다. 현재 증권거래 수수료는 거래대금의 0.75%로 비교적 높다. 수수료가 자율화되면 수수료 인하경쟁이 발생할 것이고 이는 거래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것이 싱가포르통화청(MAS)의 정책적 판단이다. SGX는 증권거래 인프라에 대한 투자도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다. 현재 증권거래결제는 5일이 소요되는데 올 3월부터는 3일 결제를 시행한다. 궁극적으로는 거래일 다음날 결제가 될 수 있도록 증권예탁기능을 강화할 방침이다. SGX는 과거 베이링 사건을 교훈으로 시장 안정장치도 추가했다. 유가증권 상품이나 파생상품을 고객이 외상으로 매입한 후 결제일에 대금결제를 못하면 중개회사가 반드시 매도를 하도록 하는 반대매매조치를 의무화했다. SGX의 티파니 호 홍보담당부장은 『싱가폴 거래소의 통합은 인수합병, 비영리기관인 증권거래소의 상장열기, 거래시간 확대, 신규 시장참여자 허용, 전자상거래 활성화등과 같은 세계적인 추세에 발맞춘 것』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 거래소의 통합은 이콴유(李光耀) 전총리의 아들이면서 싱가포르통화청 총재인 리시앤룽(李顯龍) 부총리의 야심찬 금융개혁 조치중 하나다. 리 부총리는 차기 싱가포르 총리로 유력시 되고 있는데 『SGX를 전세계적인 모범사례로 만들겠다』고 밝혔었다. 이에 자극받은 홍콩도 증권거래소와 선물거래소를 올해안으로 통합할 계획이다. 싱가포르가 이처럼 외환·자본시장에 열의를 쏟고 있는 것은 동남아시아 경제권에서 금융리딩 국가로 자신의 위치를 확고히 하기위해서다. 싱가포르는 아시아 외환위기때 주변국가에 대한 지원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지난 1월 13일 고촉통(吳作東) 총리가 인도네시아를 방문, 와히드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인도네시아 투자회복을 위해 향후 7억4,000만달러 규모의 인도네시아 투자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또 싱가포르 금융기관들은 태국의 2개 상업은행을 인수하기 위해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인접국가의 금융구조조정에 참여함으로써 금융 중심국가의 위상을 확고히 하겠다는 전략이다. MAS는 싱가포르가 국제금융의 중심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자국의 펀드매니저들이 외국자금을 운용할 수 있는 능력과 환경을 조성해야한다는 정책적 판단을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투자공사(GIC)는 앞으로 3년간 약150억달러의 보유자산을 신설되는 펀드에 투자키로했다. 또 펀드총액의 15%를 초과하지않는 범위내에서 파생금융상품에도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투자액 1,000싱가폴달러 이하의 신탁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 투자선 제한도 철폐, 동남아와 선진국 이외의 지역에도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싱가포르의 중앙연금기금(CPF:CENTRAL PROVIDENT FUND)의 투자지침도 개편, 외부에서 펀드매니저를 선발하도록 했다. CPF는 싱가포르의 모든 상용근로자와 고용주가 각각 급여의 20%를 강제 저축해 조정한 것으로 경기상황에 따라 부담률을 조정한다. 싱가포르는 또 외국기업의 투자자문사 설립 기준을 완화했다. 최저자본금을 5억달러에서 1억달러로 낮추고 최저 모기업 자금규모도 50억달러에서 10억달러로 인하했다. 조세측면에서도 투자신탁에 대한 원천징수세를 폐지하고 싱가폴에서 30억달러이상 운용하는 펀드에 대해 5년간 수수료수입 소득세를 면제해 주고 있다. 세계 3대 신용평가 기관인 피치IBCA가 평가한 싱가포르의 국가신용등급은 AA+다. 피치IBCA는 『싱가포르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를 지닌 국가가 아시아 금융위기의 파고속에서 외부충격을 피할 수는 없었지만 홍콩에 비해 잘 대처해왔다』며 『탄력적인 통화 및 외환정책을 펴나가고 금리를 신속하게 하락시켜 생산성을 높였다』고 평가했다. 피치IBCA의 이같은 평가속에 현재 싱가포르가 나아가는 국가발전 방향의 청사진이 녹아있다고 할 수 있다. 금융중심주의, 금융천국을 꿈꾸는 싱가폴은 아시아의 진정한 사자(싱가포르는 「사자의 마을」 이라는 뜻)가 되기위해 오늘도 포효하고 있다. 싱가포르=김성수기자SS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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