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은 예술가이다”라는 명언을 남긴 현대 미술의 거장이며 전위예술가 요셉 보이스(1921~1986). 무슨 직업을 가졌든간에 개개인의 창의성을 존중하고 관객과의 소통을 중요시했던 그의 예술관은 개념미술 행위예술 환경예술을 비롯하여 독일 신표현주의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그가 없었다면 현대미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절대적 영향력을 끼쳤던 작가로 칭송된다. 국내 작가 대부분도 많건 적건 그의 영향을 받은 흔적을 찾을 수 있다. 그는 1960년대 플럭서스 운동을 통해 백남준과 오랜 교분을 나누고, 10여년전 현대 화랑 뒷뜰에서 백남준씨가 그의 죽음을 추모하는 무당굿을 올려 더욱더 잘 알려진 인물이다. 백남준씨와의 관계는 스승과 제자가 아닌 예술의 오랜 동반자임을 자처했다.
그의 주요작품들이 보여지는 전시가 오랜만에 열린다. 지난 96년 국내서는 처음으로 요셉 보이스전을 유치했던 서울 소격동의 국제갤러리가 7년만에 다시 `샤먼과 숫사슴`의 주제의 `JOSEPH BEUYS-THESHAMAN AND THE STAG`전이 그것. 전시작품은 설치 14점, 드로잉 40여점이다. 샤먼은 그들 나름의 몽환상태에서 영적(靈的)세계를 방문했고 많은 경우 영적인 조수(助手)로 동물들을 데리고 다녔다. 보이스의 작품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동물은 남성을 의미하는 수사슴과 여성을 의미하는 산토끼이다.
전시일은 14일부터 11월30일까지다.
그의 가장 유명한 작품은 `죽은 토끼에게 어떻게 그림을 설명할 것인가 How to Explain Pictures to a Dead Hare`(1965)이다. 머리에 꿀과 금박을 뒤집어쓴 채 한 발에는 펠트를, 다른 발에는 쇠로 창을 댄 신발을 신고 죽은 토끼를 안고 약 2시간 동안 미술관의 그림을 토끼에게 설명한 퍼포먼스였다. 이 작품은 그의 생애를 찍은 BBC방송의 다큐멘터리를 통해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또다른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Scala Napoletana` 를 볼 수 있다. 나무로 만든 사다리를 중심으로 납으로 된 두개의 구(球)를 양쪽에 배치시키고 이를 철사로 연결한 작품이다. 보이스가 죽기 직전에 만든 작품이다.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도 균형을 잡고 있다. 요셉 보이스의 후원자로, 생전에 다수의 보이스전을 열었던 전시기획자 안소니 도페(62)는 이 작품에 대해 “천국을 향해 설치된 사다리”라며 “사다리가 세속적인 곳에서 영적인 세계로 이동할 수 있는 도구로 쓰여졌으며 아래 두개 원형의 납덩어리는 이 세계를 의미한다. 세속적인 모든 것이 인간의 발목을 잡아도 영적인 세계를 갈구하는 우리들의 신앙심이 더욱 강렬해지는 엄청난 힘을 느낄 수 있다. 병색이 완연해 휴식이 필요했던 시기에 만들어진 작품이라 그의 작업이 얼마나 파워풀했는지를 느껴보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의 설치작품들은 일반인들이 처음 접하면 머쓱하다. 흔히 보아왔던 재료들이 아닌 펠트 천과 담요, 기름덩어리, 실타레 등이 오브제로 사용되기때문이다. 그의 이러한 작업이 그가 나치 공군에서 부조종사로 복무하던 중 러시아 상공에서 격추되어 죽음의 위기를 맞았을때 그의 얼어붙은 몸을 구해준 것은 그 지역 타타르인이 가져다준 펠트 천과 담요, 기름덩어리였고, 이 사건은 대지의 에너지와 샤머니즘적인 힘을 통해 2차대전이 남긴 상처를 치유하고자했던 그의 개념의 시발점이 됐다는 것을 이해하면 작품 감상에 도움이 된다.
드로잉도 특색이 있다. 그는 드로잉 자체로서 미학적 생명을 가지는 오브제이고, 또 토론의 시작을 위한 수단으로도 이용됐다. 그래서 이번 전시에는 강의모습을 연상케하는 칠판이 있고, 독특한 색감(그가 개발한 특수물감인 브라운 크로이츠)의 갈색과 검정색을 볼 수 있다.
갤러리측은 “보이스의 주요 작품을 이 정도 규모로 전시하기는 이번이 마지막이 될 듯 합니다”고 말했다. 전시 기획자 도페가 60대를 넘었고 여기에 작품에 대한 보험료만도 2,200만불이넘는다. 여기에 운송비 등 여러 비용을 추가하면 일반 상업화랑으로는 출혈이 크다. 일부 대형 설치작품들은 그의 유족들이 갖고 있는 것으로 수십억달러며, 드로잉한점도 몇백달러다. 지난 전시이후 삼성미술관은 `조지 마시우너스를 위한 숫사슴 기념물`을 샀는데, 이 작품을 세계 미술관에 인기리에 대여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갤러리 이현숙대표는 “국내 첫 전시가 매우 좋았습니다. 3년전부터 이 전시를 준비했는데, 국내 경기가 너무 나빠 그때보다 신바람은 덜하지만, 젊은 미술학도들에게 이 전시를 보여줄 수 있다는 자부심으로 즐겁습니다”고 말했다.
<박연우기자 ywpar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