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사회공헌 기업에 따뜻한 눈길을

“점자 달력 20부만 받아볼 수 있을까요. 시각장애인용 점자 달력은 그곳밖에 없다는데….” 한화는 시각장애인을 위해 점자 달력을 만들어 매년 무료 배포하고 있어 매년 12월이면 지방자치단체 복지담당자로부터 이런 전화가 자주 걸려온다. 올해도 12월이 되면 이런 전화가 꽤 걸려올 것이다. 요즘은 대기업들이 연말뿐만 아니라 연중 상시적으로 사회공헌활동을 벌인다. 피상적으로는 대기업들이 이웃돕기에 거액을 희사하거나 거창한 사회공헌 이벤트를 벌이는 것으로 비쳐지기도 한다. 그러나 실무를 담당하다보면 소외계층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게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된다. 점자 달력 같은 도구는 작은 선물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시각장애인의 일상 생활에 예상 외로 큰 도움을 주는 고민이 담긴 선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고민들이야말로 진정한 사회공헌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 지난해는 기업의 문예진흥활동과 사회공헌활동이 위축됐던 해였다. 정치권과 문화예술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사건으로 많은 사람들이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사업에 의문을 품었고 기업들이 거액의 사회공헌기금을 내놓을 때면 ‘이미지 개선을 위한 무마책이 아니냐’는 눈초리가 돌아오고는 했다. 그럴 때마다 사회공헌 실무자의 어깨에는 힘이 빠지기 일쑤였다. 그러나 매달 우리를 반겨준 아이들과 어르신을 생각하며 다시금 힘을 내 일어설 수 있었다. 기업들이 최근 수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사회공헌사업에 뛰어들어 그 규모가 빠르게 커지고 있는 것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에 대해 마음을 활짝 열고 박수를 쳐주지 않는 데는 기업의 책임도 있다. 그렇지만 더 좋은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기 위해 아이디어를 짜내는 기업들과 그 실무자들에게 조금만 더 따뜻한 눈길을 보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현재 새 정부도 소외계층을 지원하기 위한 다각적인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정부든 기업이든 문제는 어떻게 실천하느냐에 달려있다. ‘거액의 생색’보다는 소외계층을 위한 진심이 담긴 사회복지활동을 더 많이 볼 수 있는 한 해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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