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이성태 신임 총재 내정자에 대한 외환시장의 기대가 남다르다.
이 총재를 잘 알아서라기 보다는 박승 전 총재에 대한 애증이 깊었기 때문이다.
24일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한은 이성태 현 부총재가 신임 총재로 내정됐다는 소식에 대체로 반가움을 표시했다.
한은 출신 총재라 은행권과 외환 등 금융시장 사정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시중은행 한 외환딜러는 "한은 출신이라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더 강하게 추구할수 있을 것"이라며 "외환시장에서 `지존'의 지위도 유지될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시장은 박 총재에게 이른바 `BOK(한국은행의 영문 약자)발 쇼크'를 만들지않는 총재가 돼 달라고 당부했다.
지난해 박승 전임 총재의 발언으로 원.달러 시장은 물론 국제 외환시장이 불안에 휩쌓인 적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통화당국의 영향력을 확인하는 기회이기는 했으나, 한은도 원치않던 부주의한 발언으로 시장이 출렁거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2월18일 한은이 국회 재경위 비밀회의에서 `외환보유액 운용 효율성을 위해 고수익증권과 고금리 통화비중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힌 사실이 21일 외신을통해 `한은이 달러를 내다판다'는 식으로 과장되게 보도되자 이튿날 달러는 엔화에대해 4개월만에 최대 폭으로 떨어지는 등 급락세를 보였다.
한은이 23일 "투자다변화는 중장기적으로 진행될 것이며 환율에 전혀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해명을 내놓으며 진정됐던 시장은 석달만에 다시 `2차 BOK쇼크'에 휩쌓인다.
이번 쇼크는 박승 한은 총재의 입이 진원지가 됐다.
파이낸셜 타임스(FT)가 지난해 5월18일 박 총재와 인터뷰 기사에서 "한은이 더이상 환율 방어를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고 보도하자 이튿날 원.달러 환율은 시장 개장과 함께 전날보다 6원 가량 급락하며 세자리로 떨어지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이번에도 한은이 나서 "FT보도는 와전된 것"이라고 해명하고 직접 달러매수 개입에 나선 뒤에야 불안감이 진정됐다.
외환시장 관계자들 이 총재 내정자가 `달변'인 박 총재와 달리 과묵한 성격으로 알려지자 안도하는 모습이다.
물론 `시장의 신뢰를 유지해달라'는 노파심어린 당부도 잊지 않았다.
외환시장 한 관계자는 "그린스펀 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처럼 극도로 말을 아끼지는 않더라도 중앙은행 총재라면 언행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말했다.
선물회사 관계자도 "최근 환율 변동성이 커져 가뜩이나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돌발 언행으로 시장을 흔들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