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멕시코만 일대의 석유시설에 간단치 않은 피해를 입혔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면서 국제유가가 장중 한때 배럴당 70달러를 돌파하는 등 다시 급등세를 나타냈다.
3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 중질유(WTI) 가격은 전날에 비해 배럴당 2.61달러(3.9%)가 오른 배럴당 69.81달러에 마감, 종가기준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또한 이날 유가는 장중 한때 배럴당 70달러를 돌파하면서 정규거래 사상 최고가인 배럴당 70.85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WTI 가격은 시간외 전자거래에서 배럴당 70달러 선을 돌파한 적이 있지만 정규거래에서 70달러를 넘어선 것은 지난 1983년 NYMEX에서 원유 선물거래가 시작된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9월 인도분 무연휘발유도 이날 무려 20.1%나 폭등하면서 갤런당 2.4745달러로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9월분 난방유 역시 8.8%가 급등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나타냈다. 10월 인도분 천연가스도 4.7%의 상승세를 보였다.
이날 국제유가의 급등세는 당초 피해가 크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던 멕시코만 내석유시설의 피해가 예상보다 심각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작됐다.
정확한 피해규모를 산정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나 일단 수급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인식이 국제유가를 가파르게 끌어올렸다고 거래상들은전했다.
현재까지의 피해상황 집계결과, 멕시코만 일대의 석유생산은 평소에 비해 95%까지 줄어든 상태이며 천연가스 생산 역시 88%나 줄어든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가동되지 않고 있는 시설들이 언제 수리를 완료하고 재가동에 들어갈 수 있을지 여부는 현장 정밀조사가 이루어진 뒤에나 파악될 것으로 예상된다.
월가 전문가들은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할퀴고 간 멕시코만 일대 석유시설의 피해가 간단치 않을 경우 국제유가 70달러 시대가 당분간 지속되는 것은 물론, 80달러시대로 접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멕시코만은 미국의 원유 및 천연가스의 약 4분의 1이 생산되는 곳으로, 카트리나가 이 일대 시설에 큰 피해를 입힌 것으로 확인될 경우 세계 경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전날 휴장했던 영국 런던 국제석유거래소(IPE)의 10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 역시 지난 주말에 비해 배럴당 2.70달러 오른 67.57달러에 마감됐다.
(뉴욕=연합뉴스) 김계환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