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자율과 경쟁'

정문재 <국제부 차장>

[동십자각] '자율과 경쟁' 정문재 교육인적자원부가 20일이나 장관도 없이 '사공 없는 배'처럼 운영되고 있다. '대학도 산업'이라는 대통령의 말대로 경제적 마인드도 갖추고 도덕적으로도 깨끗한 인물을 찾기가 그리 쉬운 일이 아닌 모양이다. 탁월한 능력과 높은 도덕성을 갖춘 인물만 등용하면 대학, 나아가 전체적인 교육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을까. 지금 같은 형편이라면 선뜻 "그렇다"는 대답이 나오기 어려울 것 같다. 한때 '교육계의 히딩크'로 불리던 로버트 로플린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을 보면 알 수 있다. 로플린 총장이 KAIST의 사립화 구상을 내놓자 안팎에서 반대여론이 들끓고 있다. 로플린 구상은 장ㆍ단점을 동시에 안고 있기 때문에 섣불리 결론을 내리기란 위험하다. 하지만 로플린 구상의 키워드는 우리 대학, 나아가 교육이 가슴에 새겨야 할 필요가 있다. 그 키워드는 바로 '경쟁'이다. 그는 혹독한 경쟁이 있어야 비로소 교육과 연구가 발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영국의 옥스퍼드대학은 외국학생의 비중을 현재의 7%에서 12%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영국 학생보다 10배나 높은 수업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재정 확충을 통해 교육의 질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영국 대학의 경쟁력은 예전보다 크게 떨어졌다. 지난 70년대만 해도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 가운데 영국의 비중이 20%에 달했지만 지금은 10% 수준이다. 이는 평등주의 교육의 결과다. 영국 정부는 대학별로 학생 정원을 할당하고, 학생 수에 따라 일률적으로 운영자금을 지원한다. 한국 교육행정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다. 이러다 보니 대학교육 수혜자는 늘어났지만 교육의 질은 떨어졌다. 영국 대학에서 밤에 불을 밝힌 곳은 식당밖에 없다는 탄식도 나온다. 국내 교육도 경쟁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러나 전제가 필요하다. 바로 '자율성 확대'다. 고교 교사가 학생 답안지를 대신 작성하고, 전체 고교생의 30%가 내신 1등급을 받는 상황에서도 정부는 대학에 내신을 중요한 입학사정 수단으로 삼으라고 강요한다. 자율과 경쟁이 약속되지 않으면 대학, 나아가 교육은 결코 '산업'이 될 수 없다. timothy@sed.co.kr 입력시간 : 2005-01-26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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