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의선 전철 복선화와 지하철 9호선 개통이 당초 계획보다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주변 부동산시장에서 실망감과 기대감이 엇갈리고 있다. 두 노선이 서울ㆍ수도권 서부의 교통난을 획기적으로 개선시켜줄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개통이 지연되면 집값 상승세에도 어느 정도 제동이 불가피하지만 수요자 입장에서는 거꾸로 매수 타이밍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7일 건설교통부와 서울시, 관련업계에 따르면 내년 말 완료 예정이던 경의선 문산~성산간 1단계 구간 복선화사업과 오는 2008년 말 개통할 계획이던 지하철 9호선 김포공항~강남 1단계 구간 건설사업이 각각 1년 이상 지연될 가능성이 커졌다. 두 사업 모두 기획예산처가 내년 사업예산을 충분히 확보해주지 않은 것이 주된 이유다. 경의선 복선화의 경우 고양시 관내 구간의 지하화 논란으로 이미 많은 시간을 소모한 데 이어 내년 공사에 필요한 예산마저 계획보다 크게 축소됐다. 건교부의 한 관계자는 “사회기반시설(SOC)에 대한 정부 직접투자를 줄이고 있는데다 전국적으로 일반ㆍ광역철도 사업만 41개가 진행되고 있어 내년 경의선 예산도 불가피하게 감액됐다”며 “현재로선 2009년 6월쯤 문산~성산 구간을 개통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지하철 9호선 역시 건설예산의 40%를 차지하는 국고지원이 내년 절반 가까이 삭감되면서 2008년 말 개통 차질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서울시 지하철건설본부의 한 관계자는 “중앙정부가 예산을 늘려주지 않는다면 시 예산을 최대한 동원해서라도 개통일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불가피하게 개통이 지연될 우려도 있다”고 설명했다. 경의선 복선화와 지하철 9호선이라는 ‘메가톤’급 호재를 등에 업고 가파른 시세상승을 이어오던 노선 주변지역은 이 같은 소식에 큰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금까지도 이런저런 이유로 차일피일 공사가 지연돼왔는데 또 한번의 지연 소식에 ‘신물’이 난다는 반응이다. 경의선 복선화의 수혜지역 중 하나인 경기도 고양시 탄현동의 이소중 메이저공인 사장은 “지역민들 사이에서 ‘정부에 또 속았다’는 분노와 허탈감이 일고 있다”며 “고양시가 추진 중인 뉴타운사업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9호선 주변인 강서구 염창동 롯데공인의 김영철 사장 역시 “이미 1년이 연기됐는데 또 연기된다고 하니 ‘서민들이 아우성친다고 되겠느냐’는 푸념까지 나온다”며 “최근까지 집값이 꾸준히 오르는 추세였는데 어느 정도 숨 고르기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지역은 대부분 전철 호재로 이미 시세가 많이 오른데다 매도-매수 호가의 격차가 크게 벌어져 거래는 거의 없다. 수요자 입장에서는 ‘실망 매물’을 노려 가격협의만 잘한다면 거꾸로 매수기회로 활용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고종완 RE멤버스 대표는 “개통을 못한다는 게 아니라 지연되는 것뿐이지만 요즘 같은 시장 침체 속에서는 시장에 직접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통상 지하철 개통을 전후해 값이 많이 오르는 만큼 매수 타이밍을 잡아보는 것도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