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세계의 사설] 美회계시스템 개혁 급하다

"공격은 최상의 방어수단이다."이 말은 파산한 미국 정유회사 엔론의 회계감사를 담당했던 회계법인 아서 앤더슨이 최근 보인 행보를 정확히 설명해준다. 미 5대 회계법인에 속해있는 이 회사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회계보고 제도와 감독체제의 개혁을 요구했다. 회계는 엔론 문제의 핵심이다. 이 회사는 약 6억달러의 순익을 과다 계상하고 계열사를 동원해 미국의 일반회계준칙을 위반하면서 장부 외 거래를 했다. 조셉 베라디노 앤더슨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처음으로 엔론 문제와 관련한 공식 코멘트를 하면서 자사의 역할에 대해서는 자세한 설명을 피한 채 이 사건에서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만을 말했다. 그는 장부 외 거래 등을 포함해 회계기준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 회계자료가 "과거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한 설명을 담고 있지만 현재 발생하고 있는 일에 대한 정보는 부실하다"면서 신뢰성 회복을 위해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과도한 행정체계를 갖고 있는 미국의 감독 시스템 역시 단순화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이러한 변화를 정부가 추진하는 데 너무 소극적이라고 비판했다. 베라디노의 이 같은 주장은 전적으로 타당하며 그가 주장한 개혁이 구체화될 경우 미국의 회계 시스템은 크게 개선될 것이다. 그러나 여러 맥락에서 봤을 때 그의 주장은 앤더슨을 포함한 회계법인의 이해를 반영한 것일 뿐이다. 일단 엔론 문제는 그가 주장한 대로 기업의 회계장부가 현기업상황에 대한 정보를 불충분하게 담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다. 두번째로 기업이 어려워지며 회계법인이 정밀감사에 나설 때는 이미 때가 늦었다는 것이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전 회장 아서 레빗이 밝혔듯이 회계법인들은 주식시장이 상승추세에 있을 때 기업들이 예상치로 내놓은 실적에 맞게끔 회계해주는 경향이 있다. 이와 함께 그는 엔론 문제와 관련된 중요한 포인트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심각한 이해의 갈등이 빚어질 소지가 있는 회계감사를 수행하는 회계법인이 또 다른 분야에서 이들 기업을 고객으로 돈을 벌고 있다는 점이다. 앤더슨은 엔론으로부터 회계감사에 따른 대가로 2,500만달러를 받았다. 이와 함께 다른 컨설팅 서비스에 대한 대가로 이보다 많은 2,700만달러를 받았다. 레빗 전 SEC 회장은 회계법인들이 담당 기업에 대한 다른 컨설팅 사업을 못하게 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하베이 피트 현 SEC 회장은 회계감사를 수행하는 기업에 대해 다른 영역의 컨설팅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 12월 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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