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9월 26일] 분규 없는 현대차를 기대한다

우리나라의 노동운동을 좌지우지하는 현대차 노조에 이른바 '중도ㆍ실리 노선'의 집행부가 15년 만에 등장했다. 지난 12년 동안 강경파에 맞서 7전8기의 신화를 이뤄낸 이경훈 노조위원장 당선자는 현대차 노조에서는 대표적인 '실리파'로 통한다. 이 후보의 당선은 22년의 이력을 가진 현대차 노조가 사실상 '강경파'들이 득세해온 점을 감안하면 일대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그만큼 '변화'를 갈망하는 일반 노조원들의 염원이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이 후보의 당선으로 현대차 노조를 향한 일종의 '장밋빛'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당장 '올해 노사협상부터 파업이 사라질 것'이라든가, 현대중공업 노사처럼 '노사상생'의 길이 열렸다는 식의 기대감이다. 심지어 '조만간 현대차 노조가 민주노총을 탈퇴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회사와 노조원ㆍ시민들과 지역경제계까지 다들 현대차 노조가 급변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고 있는 것이다. 지난 14년 동안 이어져온 파업의 후유증을 감안하면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현대차 노조는 전체 노조원수가 4만3,000명을 웃도는 거대한 조직으로 이를 손쉽게 장악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이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약 52%의 지지를 얻었지만 그에게 등을 돌린 '강경파'들의 행보는 향후 어디로 튈지 여전히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이 후보 자신도 '반 금속노조'기치로 당선에 성공했지만 실제 상급단체인 금속노조의 간섭을 어떻게 대처할지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금속노조 위원장 선거에서 사실상 당선된 박유기 후보가 현대차 전임 노조위원장임을 감안하면 특히 주목되는 부분이다. 또 선거 과정에서 10대 공약으로 내건 올해 임단협 연내 타결, 주간 2교대제 완전타결, 상여금 800%(현 750%) 인상, 평생고용안정 보장선언, 정년 연장(현재 59세) 등도 쉽지 않은 과제여서 노사협상을 어떻게 풀어 나갈지도 장담할 수 없다. 오는 10월1일 출범하는 '이경훈 호'는 이제부터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이 후보의 곁에는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달라는 지지자들의 염원이 있고 이를 지지해주는 국민들이 있다. '실용으로 바꿔보자'를 캐치프레이즈로 삼았던 소신대로 현대차가 분규 없는 사업장으로 만들어주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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