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하이닉스 매각 부결

이사회 만장일치로 MOU반대… 박종섭사장 사의 >>관련기사 공은 회사측에… 앞길 '視界제로' "채권단이 알아서 결정할것" 당혹속 후속대책 마련 분주 하이닉스반도체 이사회가 메모리 부문 매각을 골자로 한 양해각서(MOU) 동의안을 부결시켰다. 부실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채권단의 결정사항을 이사회가 거부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박종섭 하이닉스 사장은 매각안이 부결됨에 따라 이날 이사회 직후 사의를 표시했다. 하이닉스의 진로는 이에 따라 ▲ 독자생존 ▲ 제3자 매각 재추진 ▲ 제3자와의 전략적 제휴 ▲ 국내외 업체로의 위탁경영 중 한쪽으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채권단이 독자생존은 불가능하다며 추가 신규자금을 지원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 D램 값 하락 등 반도체 시황이 나빠지면 최악의 경우 법정관리나 파산에 들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하이닉스는 30일 서울 대치동 사옥에서 오전8시부터 6시간여에 걸친 마라톤회의 끝에 이사회 전원(10명)이 참석한 가운데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로 메모리 부문을 매각하는 방안을 만장일치로 반대한다는 데 합의했다. 이로써 하이닉스 구조조정특위와 마이크론이 지난 19일 체결한 MOU는 이날로 효력을 상실해 양사간 매각협상은 사실상 결렬됐다. 이사회는 또 메모리 부문을 매각하고 남는 잔존법인의 생존방안을 담은 채권단의 재무구조개선안에 대한 승인도 거부했다. 이사회는 이날 회의를 마친 직후 낸 '하이닉스 이사회의 입장'이라는 발표자료에서 "채권단이 작성한 잔존법인 재건방안은 메모리 사업의 매각대가로 인수할 마이크론사 주식을 최근 주가와는 달리 과다하게 산정했고 우발채무 발생규모와 시기를 비현실적으로 추정하는 등 타당성과 실현가능성에 문제점이 있다"고 밝혔다. 이사회는 또 "메모리 사업 매각이 그 자체로서는 의미있는 대안이 될 수 있으나 반도체시장 여건 호전, 신기술 개발로 인한 사업경쟁력 향상 등을 고려할 때 독자생존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밝혔다. 하이닉스 이사회의 매각안 부결과 관련, 정부와 한빛ㆍ외환은행 등 채권단은 이날 오후 긴급 대책회의를 갖고 하이닉스의 진로에 대해 논의했다.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은 "하이닉스는 시장원리에 따라 처리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특히 하이닉스의 독자생존안이 신규자금 지원을 전제로 한 것으로서 현실적으로 홀로 생존하기 힘들다는 판단에 따라 추가 자금지원을 하지 않을 방침이다. 이에 따라 하이닉스는 약 9조원에 이르는 채무에 대한 상환방안과 채무 재조정계획을 마련하지 않는 한 당장 유동성 위기에 봉착할 것으로 보인다. 하이닉스 채권단과 마이크론은 이날 이사회에서 매각안을 통과시킬 경우 1일부터 본협상에 나서 5월 말까지 본계약을 체결할 방침이었다. 김영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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