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교체가 이루어지는 주총 시즌이 임박하면서 은행권이 다시 술렁이고 있다. 올해는 이인호 신한은행장과 심훈 부산은행장 정도를 제외하곤 눈에 띄는 임기만료 임원이 별로 없다. 하지만 요즘에는 `임시직원`의 준말이 `임원`이라는 자조섞인 농담이나올 정도로 임기와 상관없이 인사가 단행되곤 한다. 게다가 올해에는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사회전반에 많은 변화가 예상돼 대부분의 임원들이 바싹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국책은행 `정치바람` 타나= 국책은행 중 가장 큰 관심사는 역시 산업은행이다. 정건용 총재는 임기가 남아있고 스스로 책임질만한 `대과(大過)`는 별로 없었지만 현대상선 불법대출 시비와 벤처 비리 등 재임 중 악재가 겹친 것이 부담이다. 게다가 새 정부 출범이라는 `정치적 요인`까지 있어 안심하기만은 어려운 상황이다. 임원 중에서는 현대상선 대출문제에 대한 책임으로 재경부에 해임이 제청된 박상배 부총재의 퇴진이 사실상 확정됐다. 박순화 이사 역시 벤처비리 문제로 재판이 진행 중인데다 오는 7월에 임기가 끝나 퇴진이 확실시 된다. 따라서 임원자리가 빌 경우 후임 부총재로는 사실상의 수석이사인 김기성 이사의 승진이 유력시 된다. 이사 승진은 74년 입행인 김종배 인사부장이 일순위로 꼽히고 있으나 경우에 따라서는 75~76년 입행자들의 발탁 가능성도 있다.
김종창 기업은행장과 이영회 수출입은행장도 정치적 배경에서 임기와 무관하게 바뀔 지 여부가 변수다. 하지만 김 행장은 금감위원장 후보물망에도 오를 만큼 능력을 인정 받고 있고 이 행장 역시 `역대 행장중 가장 낫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능력을 검증받아 `영전`이 아니라면 제 자리를 지킬 가능성이 높다. 기업은행 임원 가운데는 김재만ㆍ김영진 이사(11월)와 강군생 감사(8월)의 임기가 올해 끝나는데 관례상 연임은 어렵다. 이사 승진후보로는 배경일, 이경준, 장대익 이사대우 등 3명이 우선 순위에 올라 있다.
수출입은행은 이미 지난해에 임원들을 전원 물갈이 했기 때문에 큰 폭의 인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물갈이 폭에도 관심= 시중은행 중 공적자금 투입은행들은 임기만료 임원이 거의 없지만 정부가 대주주라는 점에서 안심할 수 없는 분위기다. 조흥은행의 경우 매각작업이 상당기간 지연될 것으로 보여 이번 주총에서는 홍석주 행장이 `독자생존`을 염두에 두고 친정체제 구축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현재 조흥은행에는 홍 행장이 직접 선임한 케이스보다 위성복 회장(전 행장)이 추천한 임원들이 더 많다. 금융연구원 출신의 이건호 상무는 올해 임기가 끝나 원래 자리로 복귀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은행의 경우 이덕훈 행장은 임기가 아직 1년 남아 있는데다 지난해 실적도 양호한 편이어서 거취에 큰 변화는 없겠지만 금융사고로 경고를 받은 것이 부담이다. 또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우리금융 회장단이 모두 제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 지 여부가 변수다. 임원인사 폭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분위기 쇄신을 위해 9명의 부행장 중 최소 3~4명 정도를 교체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외환은행은 박진곤ㆍ황학중 부행장, 국대현 준법감시인이 등 3명이 임기만료를 맞는데 연임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두 부행장 중 일부가 물러난다면 임기가 끝나는 미국 LA나 캐나다 현지법인 사장자리 등을 배려해 줄 가능성도 있다.
이인호 행장과 오용국 부행장을 비롯한 3명의 부행장의 임기가 끝나는 신한은행은 조흥은행 인수를 앞두고 있어 일단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사`를 앞두고 경영조직을 흔들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조흥은행 인수가 성사된 후의 변화가 관심거리다.
한미은행도 하영구 행장을 비롯한 등기임원의 임기가 아직 남아 있는데다 외국인이 대주주여서 정치바람을 별로 안타기 때문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하나은행은 서울은행과 합병하면서 임원인사를 사실상 끝냈고 국민은행도 이달 초 부행장 인사를 일찌감치 마무리 했다. 일각에서는 `정치권에서 김정태 국민은행장을 손보려 한다`는 얘기도 돌지만 대주주와의 두터운 신뢰관계와 이미 안팎에 검증된 경영능력을 감안하면 명분도 현실성도 없다.
◇지방은행 실적 좋아 인사폭 크지 않을 듯= 지방은행의 경우 지난해 사상최대의 실적을 기록해 상대적으로 인사 폭이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부산은행 심훈 행장(7월)과 박기태 부행장(3월)은 `본인이 원하면 연임할 것`이라는 얘기가 돌 정도로 주주측과 은행 내부의 신뢰를 얻고 있다. 대구은행 이화언 부행장(2월말), 전북은행 박기웅 부행장(3월) 등도 임기만료를 맞지만 경영실적 등 제반여건이 좋아 연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다만 김종수 부산은행 감사와 하종인 전북은행 감사등 `감사 자리`는 금융당국 `낙하산인사`의 주요 거점이라는 자리의 특성상 연임을 장담하기 어렵다. 한편 광주, 경남은행의 경우 우리금융그룹이 기존 행장추천위원회를 폐지하는 등 행장선임 방식을 바꿔 두 자회사 은행장 교체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대두되고 있다.
<성화용기자, 이진우기자, 조의준기자 shy@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