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나 사회단체의 순간순간 내린 결정이 그 조직의 미래를 만들어가 듯, 중요한 순간에 내리는 한 나라의 결정은 국운을 좌우하고 역사의 큰 흐름을 돌려놓기도 한다. ‘다시 쓰는 간신열전’ ‘역사법정’ 등을 통해 역사와 그 속의 인간을 조명해 온 저자가 수 천년 한국 역사의 흐름을 바꾼 역사적 결정의 순간을 찾아내고 그 의미를 다시 한번 음미했다. 저자는 이이화ㆍ박노자ㆍ이덕일ㆍ신용하 등 105명의 역사학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후 가장 많은 응답이 나온 중대한 역사적 결정 108개를 골라냈다. 책은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결정의 순간을 연대기순으로 실증적인 기록을 풀어서 정리했다. 설문 조사결과 따르면 한국사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은 민족적ㆍ민권적인 의미가 큰 ‘훈민정음 창제’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또 연대기순으로 가장 먼저 등장하는 결정의 순간은 한국사 최초의 쿠테타로 평가받는 ‘위만의 고조선 침략’이다. 훈민정음 창제에 이어 응답이 많았던 결정으로는 ▦조선의 건국결정과 북방에서 우리민족이 발을 빼는 계기가 됐던 위화도 회군 ▦삼국의 통일을 이끌었던 나당 동맹 ▦군사정권 수립과 근대화의 계기가 됐던 5.16 쿠테타 ▦봉건적 조선왕조체제의 종말을 고하게 했던 동학농민운동 ▦실력위주의 선발을 가능하게 한 고려 광종 시대의 과거제 도입 ▦민족의 분단을 굳힌 한국전쟁 ▦고구려의 중심축을 한반도로 옮겼던 장수왕의 평양 천도 ▦유신 독재 시대를 마감한 박정희 전 대통령 암살 ▦임진왜란 후 국가적 프로젝트로 진행됐던 동의보감편찬 등의 순으로 많은 응답이 나왔다. 역사에 남을 만한 최근 결정으로는 ‘2004 노무현 탄핵-쿠테타인가 정의실현인가’ ‘2004년 수도 이전 무산-관습헌법의 벽’ ‘2005년 ‘부계 성’(父系 性) 강제 조항 폐지-동방예의지국은 없다’ 등이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