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리빙 앤 조이] "家電음질 중요성 커져 AV 블루오션 될 것"

권오석 LG전자 책임연구원<br>1칩 디지털앰프 세계 첫 개발

권오석 책임연구원(맨왼쪽)과 직원들이 스피커 음질을 테스트 하고 있다.

권오석 LG전자 디지털 미디어 사업본부 AV사업부 오디오연구실 책임연구원은 각종 가전제품의 소리만 연구한다. 우리나라 가전업계에서는 유일한 직책이다. 회사에선 그를 ‘소리 마이스터(거장)’으로 부른다. ‘소리에 미친 사나이’가 여러 업무 중에서도 가장 신경쓰는 부분이 바로 홈시어터 시스템이다. “가전제품에서 음질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AV제품은 특히 그렇습니다. 소리는 가전제품의 블루오션을 창조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소리의 달인들이 계속 탄생한다면 산업에 대단한 변화가 올 것입니다.” 권 책임연구원은 2002년 칩 1개로 구동하는 디지털 앰프를 세계최초로 개발해 이듬해 기술 분야의 최고 권위 상인 장영실상을 수상했다. 디지털 앰프의 설계를 간단하게 하고, 효율을 높이며, 가격과 소비전력을 낮추게 한 것을 인정 받아 수상이 결정됐다. 그의 경기도 평택 연구실은 가정의 거실과 똑같이 꾸며놓고 제품의 음질을 테스트한다. 제품을 설치해 테스트 한 뒤 빼내고, 또다른 제품을 설치해 테스트하는 게 그의 일과다. 권 책임연구원은 소리야말로 향후 AV제품을 비롯한 가전 전분야의 핵심 경쟁부문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그래서 최근에 개발한 제품이 ‘피아노 블랙’ 홈시어터 시스템. 피아노에 쓰이는 나무를 이용해 스피커를 만들어 공명효과를 늘렸고 외장을 13번이나 도장하는 공법을 썼다. 피아노의 경우 8번 도장하지만 이 스피커는 13번을 도장했다. 다 소리를 좋게 하기 위한 노력이다. 그는 “이 제품의 경우 외국산 전문제품의 음질을 어느 정도 극복해 냈다고 자신한다”고 말한다. 가격은 150만 원에 조금 못미치는 수준. “많은 보급을 위해 가격을 싸게 책정할 것을 사내에서 주장했다”고 말했다. 권 책임연구원에 따르면 소리에는 정답이 없다. 다만 원음을 얼마나 잘 재생할 수 있느냐가 음향기기의 기준이지만 그것 또한 개인의 취향을 앞서는 척도는 아니다. 또한 명품 음향기기일수록 제품의 특성이 분명하다. 예를 들면 영국산 명품 스피커 B&W의 경우에도 특히 잘 재생할 수 있는 음악 장르가 있고, 그 소리를 특히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다면 가전회사의 양산형 홈시어터는 어떤 소리를 내는 데 기술력을 집중할까. 권 연구원은 “모든 영화 장르에 걸쳐 가장 고르고 좋은 소리를 낼 수 있는 제품을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는 2000만 원이 넘는 오디오 시스템을 갖추고 케이블 등 액세서리만 수백만 원 어치를 사다 쓸 정도로 소리 마니아지만, “일반인의 경우에는 소리도 좋고, 싸고, 디자인도 좋은 제품이 가장 좋은 음향기기”라고 설명했다. 좋은 소리가 어떤 건지 말이나 문자로 표현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소리 마이스터’로 불리는 권 책임연구원이 하는 일이 구체적으로 어떤 건지 또한 말로 설명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일본 켄우드 사를 방문해 30년 동안 일한 소리 거장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좋은 소리가 어떤 거냐고 물었더니, ‘윗사람 얘기 신경 쓰지 말고 자신의 필(feel) 대로 일하라’는 단 한마디만 하더군요. 설명할 수 없는 만큼 어려운 일이 소리에 대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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