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현실 도외시한 재경부의 '농협 신경분리'
양삼수
최근 보도된 농협중앙회의 신용-경제 사업분리와 관련해 재정경제부가 신경분리를 추후 결정하는 것은 농협법에 위배되고 5년 내 두 사업을 조기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경부는 나아가 농협법 내에서 농협을 별도법인으로 분리하는 데도 반대하며 사업 부문별 소이사회에 조합원의 참여를 보장하는 것도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경부의 이 같은 입장은 한마디로 농업 및 농촌의 현실을 외면하고 협동조합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심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여겨진다. 재경부의 주장은 첫째, 신경분리의 목적에서 벗어난 것이다. 농협중앙회의 신경분리 논의의 핵심은 농축산물 수입개방이 가속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농축산물의 판로 문제를 생산자 단체인 농협이 나서 제대로 하도록 하는 데 있다. 반면 재경부는 금융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농협의 신용사업만을 떼내는 데 급급하다 보니 농협 신경분리의 이 같은 본질을 외면하고 있다.
둘째, 재경부 주장이 농민의 자율조직인 협동조합에 대한 몰이해에서 출발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농협은 말 그대로 협동조합으로 농민들이 스스로의 권익보호를 위해 자율적으로 조직한 단체다. 서구유럽은 물론 미국에서조차 이러한 협동조합 설립을 정부가 적극 권장하고 보호하고 있다. 섣불리 경제논리로 협동조합을 평가하고 재단할 성질이 아니다. 특히 이사회에 조합원의 참여불가를 주장하는 것은 협동조합 자체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재경부가 농업ㆍ농촌에 대해 제대로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농업은 여전히 350만명의 인구가 종사하고 있으며 단순 경제적 가치를 뛰어넘는 무형의 자산을 보유한 한 국가의 생명줄이다. 세계 각국이 개방정책을 유지하면서도 농업의 ‘비교역적’ 가치를 인정하고 다양한 명분으로 농업지원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것도 농업의 특수성을 인정하고 있어서다.
우리 나라가 선진국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도 산업간ㆍ도농간 불균형은 해소돼야 한다. 별 대안도 없이 농협의 신경분리가 이뤄지면 농업이 더욱 위축돼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점을 재경부는 유념해야 한다.
시장경제논리가 중시돼야 할 분야가 있고 정책적인 배려가 필요한 분야가 따로 있다. 재경부는 경제를 조정ㆍ총괄하는 정부 내 중요한 부처다. 재경부 내에 농업ㆍ농촌과 협동조합을 올바로 이해할 수 있는 균형된 관점과 안목이 자리잡기를 바란다.
입력시간 : 2007/02/22 1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