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외국계투자은행 "한국화로 승부"

국내에 진출한 해외투자은행들이 '한국화'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고급브랜드와 선진금융기법을 선호하는 국내 투자자들의 입맛에 맞춰 최고의 인력을 스카우트하고 신상품을 내놓는 등 독자적인 마케팅전략을 잇따라 구사하고 있다. 이들은 또 아직은 취약한 부문으로 꼽히고 있는 소매영업을 강화하기 위해 국내 증권ㆍ투신사에 지분출자를 하는 등 시장선점에도 주력하고 있다. AIG가 현대투신증권 인수를 놓고 정부와 줄다리기를 한 것도 국내 최대 영업망을 구축하고 있는 현대증권의 경영권을 확보하려는 전략이 밑바탕에 깔려있다. 이미 국내에서 영업을 시작한 씨티은행 계열의 슈로더를 비롯해 피델리티, 인베스코 등도 한국시장에 적합한 상품을 내놓으며 시장선점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먼저 차지하는게 임자 미국계 뿐만 아니라 유럽계의 시장 선점 열기도 뜨겁다. BNP파리바증권이 지난 8월 국내영업을 시작했고 CSFB, 크레디 리요네, 도이체 방크 등 유럽 투자은행들도 브로커 영업에서 벗어나 인수영업 등 투자은행업무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해외투자은행에게 한국시장은 한마디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올 4월부터 6월까지의 실적을 봐도 19개 외국증권사 지점 가운데 15개지점이 적게는 100억원에서 많게는 300억원의 세전순이익을 올렸다. 일본, 홍콩 등 다른 아시아 증시에서 별다른 재미를 못보고 있는 해외투자은행에게는 아시아시장의 손실을 충당해주는 알짜배기시장이 한국인 것이다. 그러나 한국시장의 주인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국내 증권사들이 소매영업쪽의 수익에 의존하며 안일한 대응을 하는 동안 해외인수영업, 랩어카운트 영업 등에 뒤늦게 뛰어든 것이 원인이 되고 있다. 외국계증권사의 한 아시아담당 임원은 "한국증권시장엔 아직도 미개척분야가 많다"며 "유가증권 인수영업 등은 지금 허가를 받고 뛰어들어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고급인력으로 승부 해외투자은행과 증권사들은 국내 투자자들에게 브랜드파워와 고급화 이미지로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우선 국내 영업을 확대하기 위해 인력 스카우트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메릴린치증권이 남궁훈 세종증권 상무, 박별립 굿모닝증권 지점장, 고창범 강남증권 이사 등 프라이빗뱅킹 영업의 베테랑을 스카우트했다. 또 외국계 투신사로서는 유일하게 100% 자회사를 설립한 슈로더투신운용도 삼성투신운용 출신의 이창용씨를 스카우트했다. 국내기업에 관해 누구보다 잘 안다는 애널리스트들도 속속 외국계증권사로 자리를 옮기고 있다. 해외투자은행과 증권사들의 공통적인 인력관리원칙은 '많이 주면 많이 번다'는 논리다. 다시 말해 최고급 인력으로 고급정보와 투자컨설팅을 투자자들에게 제공해 그만큼 수익을 올리겠다는 전략이다. 헤드헌터회사인 서울매니지먼트커설팅 우선희 이사는 "외국계 증권ㆍ투신사들이 국내 진출을 서두르며 적절한 인력을 찾아달라는 요청이 부쩍 늘고 있다"며 "특히 최고급 인력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패키지로 한국시장공략 인력고급화와 함께 해외투자은행은 패키지로 승부한다. AIG가 증권, 투신운용의 경영권을 동시에 장악하려는 욕심을 부린 것도 금융패키지로 국내 시장에 진출하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세계 최대 보험사와 국내 최대 증권ㆍ투신사의 연계영업은 막강한 파워를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올 초 ABN암로증권이 교보증권의 지분을 인수하며 교보생명의 지분과 영업망을 요구한 것도 한 맥락이다. 메리츠증권의 대주주인 프루덴셜에셋매니지먼트도 마찬가지다. 해외투자은행의 패키지 영업은 국내투자자들에게는 선진금융기법으로 안정적 고수익이 가능한 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한다. 증권투자를 하면서 보험에 가입하고 저축성 보험에 가입하면서 일부는 증권투자를 하는 새로운 상품으로 국내 투자자들을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고객의 다양한 요구에 외국계증권사들은 다양한 상품으로 대응하며 안정적인 수익을 올려주고 있다"며 "이미 국내 법인과 큰 손들 가운데 일부가 외국계증권사로 옮겨 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수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