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악마의 작가 루시디, 墺 극우파 부상 분석한 기고문

클레스틸 대통령은 2일 양당 총재에게 새 연정의 각료명단을 제출하라고 지시했다.이에 따라 유럽연합과 미국 등의 대(對) 오스트리아 제재 움직임도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악마의 시」로 이란 정부로부터 살해선고까지 받았던 영국출신 작가 샐먼 루시디(사진)가 현재 전세계의 관심을 끌고 있는 오스트리아의 극우정당 부상의 원인을 「체제 부패」라는 시각에서 분석한 기고문을 미국 뉴욕 타임스에 2일 기고했다. 다음은 루시디의 기고문을 발췌한 것. 3년전 오스트리아 빈의 헬덴플라츠에서는 나치 해방 50주년을 기념하는 집회가 열광적인 분위기 속에서 열렸다. 한때 나치 지도자 아돌프 히틀러가 열광하는 나치 광신도들을 상대로 연설하던 바로 그 발코니 밑에는 오스트리아의 예술가, 지성인, 정치인들이 모여 히틀러의 몰락을 기념했다. 이날 행사의 목적은 「멋진 오스트리아」 건설에 초점을 맞춘 것이었다. 최근 잇단 극우 발언으로 유럽연합(EU)과 미국 등의 이목을 끌고 있는 오스트리아 자유당의 외르크 하이더 당수의 지지자들도 이런 점을 이해하고 있었다. 그 행사는 다름아닌 「네오 나치즘」의 출현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하이더의 인기 상승을 선(善)에 대한 악(惡)의 승리로 단순 도식화할 수는 없는 일이다. 오히려 극우 지도자들의 성공은 그들이 추구하는 체제의 실패와 긴밀하게 맞물려 있다. 예컨대 이란 왕정(王政)의 폭정은 이란의 정신적 지도자였던 아야툴라 호메이니의 폭정을 유발했고, 알제리아 구체제의 부패는 무장회교단체(AIG)와 회교구호전선(ISF) 탄생으로 귀결됐다. 오랫동안 오스트리아 정국의 틀을 유지해온 연립정권, 이른바 대연정(大聯政)체제는 유권자들을 환상에서 깨워 하이더에 푹 빠지게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럽 신문들은 요즘 거액 정치자금 문제로 한창 시끄럽다. 불법자금 문제는 하이더와 같은 선동정치가에게는 기막힌 호재가 아닐 수 없다. 정치이론가 칼 마르쿠스 가우스에 따르면 하이더는 유럽인 특유의 「트릭」을 잘 사용해왔다. 그는 프랑스 출신 장 마리 르펜이나 이탈리아 출신의 움베르토 보시처럼 부유하고 성공적인 부르조아 계층의 지지를 받아왔다. 이들이 외국 이민자들을 싫어하는 것은 이질 종족에 대한 반감이라기 보다는 그들의 빈곤에 더 큰 원인이 있다는게 가우스의 분석이다. 부패와의 전쟁과 하이더에 대한 투쟁은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있다. EU는 하이더와 그가 이끄는 자유당과의 투쟁을 위한 단결 강화라는 측면에서 내부의 부패자금 기부자들을 소탕하는데 에너지를 집중시켜야 한다. 히틀러 시대가 막을 내렸다고는 해도 그를 추종하는 무리들이 다시 준동하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역사가 최근 유럽 일각에서 대두되고 있는 극우(極右) 분위기를 네오 나치즘 복귀현상으로 기록하지 않게 되기를 원한다면 EU는 하루빨리 내부부터 잘 정리해야 할 것이다. 이형주기자LHJ303@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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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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