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12월 28일] 잃어버린 양들의 목장

많은 기대와 우려 속에 미소금융이 출범했다. 언론들도 이와 관련, 연일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미소금융재단 지점에는 도움을 받고자 하는 서민들의 문의와 상담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 이 와중에 씁쓸한 내용이 하나 있다. 최근 신문들은 미소금융에 서민들이 몰리고 있지만 이들 가운데 75%가 자격 미달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기대와 희망을 갖고 미소금융을 찾은 고객은 신용등급, 사업자등록 기간, 일정비율의 자기자금 보유 등 이런 저런 사유로 대출수혜 자격이 되지 않는다는 상담원의 말을 듣고 발길을 돌려야 했을 것이다.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돌아갔을까. 대출을 받은 사람들은 낫겠지만 그마저도 거절당한 이들은 만감이 교차할 것이다. 대출이 거절된 사람들을 포함해 미소금융에서 도움을 받는 이들은 한때 경제적ㆍ심리적으로 건강한 시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본인의 귀책사유든, 사회적 요인이든 지금은 소액의 돈이 절실하게 필요한 상태가 됐다. 빗대어 말하면 마치 많은 양떼가 무리에서 뒤처져 길을 잃어버린 것처럼 우리 사회에서 낙오된 셈이다. 미소금융은 길을 잃고 헤매는 양들을 찾아 목장으로 인도하는 역할을 한다. 지점을 찾은 모든 이들에게 도움을 주지는 못하지만 일부는 건강을 되찾게 해서 사회라는 더 큰 목장으로 되돌려 보내는 임무를 할 것이다. 그 작은 역할을 미소금융이 담당하고 있다는 얘기다. 중요한 것은 양들은 왜 길을 잃었으며 그들을 어떻게 치유하고 보살펴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일이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최근 미소금융을 찾았던 75%가량의 양들에게는 왜 회생의 기회를 줄 수 없는지도 곰곰이 따져봐야 한다. 그리고 다시는 길을 잃은 양들이 생기지 않도록 우리 사회는 튼튼한 울타리를 만드는 일을 게을리해서는 안 될 것이다. 미소금융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이 추운 겨울, 양들이 따뜻한 목장으로 돌아갈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목동의 자세로 근무했으면 좋겠다. 올 겨울은 '미소' 때문에 우리 사회가 따뜻해졌으면 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