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은행권이 주5일 근무제를 도입키로 결정한 후 처음 맞는 토요일이다. 은행 점포 대부분이 문을 닫는다.
주 5일 근무 시대의 문이 열린 것이다. 은행권은 고객의 불편을 덜기 위해 거점점포 281개,전략점포 759개 등 1040개를 지정,토요일에도 문을 열도록 했다. 그러나 공과금,세금 수납과 단순 입출금 업무만 취급할 예정이라 당분간 고객들의 불편은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은행권이 주 5일 근무에 돌입하는 것은 지난 5월 23일 금융노사가 이 제도 도입에 합의한 후 한달여 만이다. 예고된 일이긴 하지만 이처럼 서둘러야 할 까닭을 이해하기 어렵다.
준비기간이 짧다 보니 고객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자동현금지급기 증설 등은 거의 손도 대지 못했다. 이제부터 착수할 계획이라 한다. 5일 근무제를 먼저 실시한 후 드러나는 문제점은 그때 그때 해결해 나가겠다는 생각이라면 이는 은행권의 오만이다.
토요일에 문을 열겠다는 1040개의 점포는 전체 은행점포 6167개의 16.2%다. 문을 여는 점포 중 759개는 환전이나 법원공탁금 업무 등 특정업무만 담당하는 전략점포다.
나머지 281개는 거점점포로 우선 7월 한달 만 한시적으로 영업을 하고 연장여부를 추후 결정하게 돼 있다. 거점점포를 이용하기 힘든 고객은 인터넷뱅킹,현금자동지급기 등 자동화기기를 이용하거나 현금을 미리 준비해 두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경제 사회활동의 '피'라고 할 돈을 취급하는 은행권의 주 5일 근무는 파급효과가 엄청나다.
다른 업종의 이 제도 도입과 레저산업 등의 성장을 촉진하고 국민의 삶의 질 향상 등을 선도하게 된다. 이 같은 긍정적인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철저한 준비와 사회분위기가 뒷받침돼야 한다. 아직은 은행의 준비 및 마음가짐과 사회분위기도 주 5일 근무제를 받아드릴 태세가 돼 있다고 보기 어렵다..
중소기업들은 93.7%가 주5일 근무제 도입을 반대하고 실시할 경우 74.6%가 임금을 삭감하겠다는 조사결과가 나와 있다. 어음결제 및 수금지연에 따른 자금난 가중,5일 근무제로 인한 추가부담 증가도 크게 우려하고 있다.
무역업계는 토요일 수출환어음 네고를 못해 자금 순환에 차질이 올까 걱정하고 있다. 이는 제반 여건상 주 5일 근무가 아직 시기상조라고 생각하는 분야가 많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은행권은 이왕 이 제도 도입의 선도역을 자임한 이상 중소기업과 무역업계는 물론 고객의 걱정 및 불편을 최소화해 이 제도가 선진국 진입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은행마다 신용카드 사고 등 각종 금융사고와 자동화기기의 고장 등 불편과 부작용에 즉각 대처할 수 있는 '기동타격대'등을 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인터넷 뱅킹 이용 등의 홍보도 빼놓아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 주 5일 근무시대의 본격적인 도래가 은행권의 주 5일 근무제 정착에 달렸다는 점에서 빈틈없는 준비가 요구 된다.